원·달러 환율 '상승 재료'가 없다…1090원 지킬까
원·달러 환율 '상승 재료'가 없다…1090원 지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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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대내외 하락 압력…외환당국도 '소극적' 개입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원·달러 환율이 1090원선으로 급락하면서 원화 가치가 최근 1년 3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12월 단행된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가 본격화되기 이전 수준이다.

무려 4년 넘게 이어진 경상흑자와 양호한 경제 펀더멘털,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유입된 영향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 경기지표 악화에 따른 금리인상 경계감까지 완화되면서 환율 하락의 트리거로 작용했다.

◇ 두달새 100원↓…韓 신용등급 상승 등 인식 호전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5.2원 급락한 1090.0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5월 19일(1188.1원) 이후 1년 3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원화 가치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충격이 완화된 지난 6월부터 강세로 돌아서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과 국가 신용등급 상향 이슈 등을 반영하면서 상승세를 지속해왔다. 6월 1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193원에 달했지만, 지난달 16일 종가는 1092.2원을 기록했다. 2달여 만에 100원이나 급락한 것이다.

지난달 말 미 연방준비제도(Fed) 관계자들의 '금리인상 재개' 시사 발언으로 원·달러 환율이 일시 반등하기도 했지만, 1130원선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이후 발표된 8월 고용지표와 서비스업 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최근 4거래일 간 32원 이상 급락하면서 1100원선을 반납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미국 금리인상 우려가 완화되자마자 원화 가치가 유독 치솟은 것은, 대외 변수를 배제하더라도 원·달러 환율의 방향성이 아랫쪽으로 향해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우리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외부 인식이 호전되는 가운데 압도적인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자금 유입이 지속되는 등 외환수급상 양호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원·달러 환율의 방향성이 하락 쪽에 민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가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한국의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지난 6일 기준 40으로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개선됐다. S&P의 국가 신용등급 상향 이후 급등한 코스피 지수도 미 금리 인상 가능성 완화를 반영해 올해 최고치인 2060선까지 진입한 상황이다.

◇ 1090원선 하단 열려…"1080원선 지지 가능성"

여기에 원·달러 환율 하단을 방어하는 외환당국의 태도가 '소극적'이라는 점도 원화 강세 베팅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이후 낙폭을 급격히 확대하면서 장중 1089.7원까지 하락했으나, 당국 개입 추정 물량으로 1090원에서 마감하는데 그쳤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오후 들어 역외의 매도 공격이 몰리면서 원·달러 환율 낙폭이 커졌다"며 "당국이 1190원선을 적극 지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종가를 1090원에 맞추는 선에서 그쳤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다음달 미 재무부가 발표하는 환율 보고서와 환율 시장 개입을 경계하는 국제사회 분위기에 부담을 느끼면서 당국이 환율 방어에 소극적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 연구원은 "이날은 약달러가 원·달러 환율 하락을 촉발한 만큼 개입할 명분이 적은 상황이었다"며 "추가적으로 급락할 경우에는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민 연구원은 "이날 밤 역외시장에서 1090원선이 지지되는 지가 추가 하락 여부의 주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며 "장중 소극적이었던 당국의 개입 의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날 잠시나마 원·달러 환율 1090원선이 무너지면서 연 저점을 뚫는 추가 하락 가능성도 열려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날 밤 미 연준의 경기진단 보고서인 베이지북이 발표되고 오는 20~21일에는 9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있어 금리 인상 경계감과 함께 1080원선은 지지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수급적인 상황에서는 원화 강세 압력이 우위에 있지만, 9월 미 금리 인상 기대가 완전히 소멸된 것은 아닌 상황"이라며 "이날 밤 발표될 베이지북이 7월 지표를 보고 판단하는 만큼 매파적 성격의 경기 진단이 나올 수 있어 원·달러 환율도 현 레벨에서 횡보하다가 FOMC 이후에 방향성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장보형 실장도 "미국의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고, 당장은 잠잠한 브렉시트와 중국 변수가 되살아날 여지도 남아있다"며 "기술적으로는 1080원선까지 간다하더라도 추세적인 하락이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다만, 미국의 금리 인상이 완만히 전개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원화 강세 여건이 지속된다면 원·달러 환율이 4분기 들어 반등하더라도 1120~1130원선까지의 완만한 상승세에 그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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