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자금 압박…한진해운 카드는 '현대상선'?
채권단, 자금 압박…한진해운 카드는 '현대상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한진해운이 현대상선 해운 얼라이언스 가입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채권단의 자금지원에 대한 협상카드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한진해운에 한진그룹이 1조원 가량의 자금을 추가 지원해야 한다고 압박을 넣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오는 9월께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 회원사로 합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디 얼라이언스에는 하팍로이드, NYK, MOL, 'CKYHE'에 속해있던 한진해운, K-라인, 양밍으로 구성돼있다. 현대상선은 올 초 법정관리 위기가 커지고 용선료 협상에도 난항이 계속되자 디 얼라이언스에서 제외됐다.

현대상선이 디 얼라이언스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6개 선사의 모든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한진해운과 K라인을 제외하고는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 측은 "디 얼라이언스 모든 회원사들이 현대상선의 신규 가입을 동의하면 한진해운도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최종적인 결정권자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이 현대상선의 디 얼라이언스 가입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채권단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한진해운이 동의를 안 해주면 현대상선과 함께 공멸한다는 압박을 채권단에 가하는 것"이라며 "현대상선을 신규 자금 지원을 위한 협상카드로 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내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이 1조2000억원에 달한다. 한진그룹은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제시했지만 채권단은 거절했다.

소유주가 있는 만큼 부족한 유동성문제는 자체적인 노력으로 해결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대주주(조양호 회장)의 고통분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자산 매각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유동성은 4100억원 수준이다. 현대상선을 가지고 압박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살리려다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이 위기에 처할 수 있어 그룹차원의 지원은 힘든 상황"이라며 "결국 조양호 회장의 사채출연 여부에 한진해운 운명이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금융위와 채권단이 사채출연을 압박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용선료 협상을 진행 중인 한진해운은 9개국 22개 선주사들이 보유한 60척의 선박(컨테이너선 47척, 벌크선 13척) 대상으로 향후 3년 6개월 기간 동안 기존 계약 용선료의 30% 조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한진해운에 컨테이너선 7척을 빌려준 시스팬사가 용선료 협상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면서 암초를 만났다. 게리 왕 시스팬 회장은 최근 영국의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용선료를 깎느니 한진해운에 대한 선박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시스팬의 최대 고객사가 한진해운인데 선박을 안 빌려주면 다른 대안이 없다"며 "30%까지는 힘들겠지만 용선료 협상 자체는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