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硏 "사상초유 늪지형불황…탈출 시급"
현대경제硏 "사상초유 늪지형불황…탈출 시급"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장필경기자] 최근 한국경제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기침체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제 외적인 대규모 충격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경제 회복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미래에 대한 긍정적 경기 신호가 소멸되는 이른바 '늪지형 불황'에 빠졌다는 평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8일 발표한 '현 불황기의 다섯가지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최근 경기상황은 심각한 어려움은 없지만 늪에 빠진 것처럼 천천히 가라앉으면서 시간이 갈수록 침체 강도가 누적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경제성장률은 2011년 3.7%를 기록한 뒤 2014년(3.3%)을 제외하고는 2%대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경기 선도 산업인 제조업 생산증가율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다.

일반적인 경기 사이클은 상승에서 하강 국면으로 전환되는 시점이 한번 발생하나 경기 반등시점에서 비교적 큰 경기충격이 발생할 경우 저점이 두 개 형성되는 더블딥(double-dip) 현상을 보인다.

그런데 최근에는 과거에 볼 수 없던 경기 저점이 세 개 이상인 '멀티딥(multi-dip) 불황'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 경기동행지수(순환변동치)가 기준선을 밑돌며 침체 국면을 보이고 있다.(자료=현대경제연구원, 통계청)

실제로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추세에서 이탈한 비율인 GDP갭률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 차례(2012년 4분기~2013년 3분기, 2014년 4분기~2015년 2분기, 2015년 4분기~2016년 1분기) 발생했다.

GDP갭률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 경제가 잠재성장률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가용한 자원을 활용해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 없이 달성 가능한 최대 성장률을 말한다. 한국은행은 2015~2018년 잠재성장률을 3.0~3.2%로 추산한 바 있다.

경기동행지수(순환변동치)도 경기판단 기준치인 100을 크게 하회하지 않는 선에서 계속 기준선 부근을 밑돌며 침체 국면을 보였다.

또 현재 한국 경제 침체는 '수요충격형 불황' 현상을 보이는 데 이는 장기간 경기회복 지연과 성장 견인 부문의 부재에 따른 '소득 환류의 단절'과 '소비·투자 심리 악화'에 따른 영향으로 보고 있다.

기업 실적부진이 가계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이런 현상이 다시 시장수요 위축과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 경제성장률과 제조업 생산증가율이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자료=한국은행, 통계청)

수출산업인 제조업에서 내수의 서비스업으로 불황이 파급돼 대부분 부문들이 침체를 경험하는 '전방위형 불황'의 성격도 띄고 있다.

연구소는 제조업 생산증가율이 장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도 동반 하락세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민간 부문의 방어력이 크게 악화되는 '자생력 부족형' 불황도 최근 경기 침체의 특징이라는 설명했다.

민간 부문 경제성장 기여도는 2001~2008년 분기 평균 3.9%포인트에서 2011~2015년 2.5%포인트로 하락했고 2015년 이후에는 1.7%포인트로 더 떨어졌다.

보고서는 늪지형 불황 탈출의 해결책으로 △경기선도 주력산업 육성 △실효성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 △적극적인 총수요 확대정책 △민·관 공조를 통한 수출증대 노력 및 서비스업 육성 추진 △공공 부문 지출의 효율성 제고와 민간의 소비·투자 진작을 위한 미시적인 정책 병행 등을 제시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제 상황이 회복조짐이 발견되기 전까지 선제적 금리인하와 함께 추경 편성이 이뤄지는 정책조합(policy mix)이 필요하다"며 "최근 산업합리화가 자칫 산업기반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기업 구조조정 속도 완급조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