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 "부실채권 '빅배스' 하겠다"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 "부실채권 '빅배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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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기자간담회…"신규 대기업 여신 자제"

▲ 사진=NH농협금융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사진)이 '빅배스(Big Bath)'를 통해 부실채권을 대거 정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부실채권을 어느정도 털어낼 때까지는 신규 대기업 여신 취급을 자제하고, 외형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김 회장은 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NH농협금융이야말로 지금 국가가 갖고 있는 취약 산업 리스크와 공통된 리스크를 갖고 있다"며 "충당 적립률이 최저 수준은 유지하고 있지만, 다른 지주사보다 부족하기 때문에 한번은 빅배스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빅배스란 '때를 씻어낸다'는 말에 빗대어, 과거의 부실 요소를 한꺼번에 털어내는 것을 말한다. 통상 기업들은 경영진 교체 시기에 전임자 시절 누적됐던 손실을 대규모 적자로 적용하는 식으로 빅배스를 단행하곤 한다. 하지만 NH농협금융의 경우 농촌 조합원 배당금, 농협중앙회에 돌아가는 명칭사용료를 고려하느라 제때 빅배스를 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부실채권이 타사에 비해 더 쌓였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사실 다른 지주들은 은행장이 바뀔 때마다 (부실채권을) 정리했다"며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고, 적자가 나고 수익이 덜 나더라도 한번은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조선·해운 등 산업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면서 시기와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며 "농협중앙회가 1인 대주주라 이사회를 거쳐야 하는데, 이번에 부실채권 규모를 직접 설명하는 등 공감대 형성에 진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빅배스 규모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수준으로 진행할지는 좀 더 봐야 한다"며 "내부적으로 부실 채권 실사를 통해 개별 평가를 진행하고, 의지를 갖고 가시화 된 결과를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실채권이 과도하게 쌓인만큼 조선·해운 등 5대 취약업종을 비롯한 대기업 신규 여신은 당분간 자제할 계획이다. 그는 "대기업 여신은 부실채권이 정리될 때까지 신규 취급이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가 취급할 수 있는 능력을 벗어난 부분은 축소하고, 성장 가능성 있는 중소기업 지원은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김 회장은 대규모 부실채권이 생긴 원인이 '시스템적 취약성'에 있었던 점을 감안해, 신규 여신 부실을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이 취임 이후 산업분석팀과 조기경보시스템, 편중여신한도관리시스템, 기업여신평가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은행 신용감리부 인원도 45명에서 52명으로 확대했다.

NH농협금융의 경영 방향은 '외형성장'에서 탈피해 '질적성장'과 '내실경영'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경쟁사와의 외형 비교보다는 NH농협금융의 특수성을 감안해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손익 중심의 경영관리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부터 영업점 업적 평가도 물량이 아닌 손익 위주로 바꿨다.

글로벌 역량 강화도 김 회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다. 그는 "저성장 국면 속에 국내 금융산업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특히 은행은 국내에서만 성장하긴 힘들다"며 "국내 금융산업에서는 성장에 한계를 느껴 글로벌 전략협의회를 만들었고, 뒤늦게 진출하는 것이니 만큼 선택과 집중을 위해 지역을 중국,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5개로 좁혔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다른 금융회사가 해외 사무소 등을 먼저 개소하는 것과는 달리, NH농협금융은 지분 투자나 합작,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을 통해 진출하는 것을 특이점으로 꼽았다. 올해 발표한 중국 공소그룹, 인도 만다린 그룹과의 협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는 12월에는 미국에 농협캐피탈과 LS엠트론의 합작 법인이 출범한다. 이 밖에도 아시아 인프라 투자 확대, 농업 연계 진출 등의 글로벌 전략도 갖고 있다.

그는 "사실 다른 금융지주들도 해외에 많이 진출했지만, 수익은 많지 않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정착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구체적인 아이템을 마련해 전략적으로 진출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한 수익비중이 은행에 치중되지 않았다는 NH농협금융의 장점을 앞으로 더 극대화할 계획이다. 그는 "CIB 협의체나 계열사 운용자산 활용해 비이자수익과 비은행부문 수익을 늘리려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NH농협금융은 은행―증권 CIB(기업투자금융) 기반 구축과, 은행-증권 PE(프라이빗에쿼티) 통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금융권 노사의 화두로 떠오른 성과주의 도입에 대해서는 "철저히 성과주의로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평가지표의 객관성이나 신뢰성을 확보해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계열사 대부분이 성과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 NH농협은행이 좀 문제"라며 "은행은 워낙 조직이 크기 때문에 개인별 평가지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직무분석을 하는 등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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