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대응 완충자본' 연내 시행?…"부작용 감안해야"
'경기대응 완충자본' 연내 시행?…"부작용 감안해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사진=서울파이낸스

금융위, 3~4월 시행 여부 결정
금융硏 "당분간 0% 유지 바람직"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금융위원회가 신용팽창 위기에 대비해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시행 권고한 은행권의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비율을 당분간 0% 수준으로 운용할 전망이다.

경기 성장세가 약화된 가운데 은행의 수익구조가 미진한 상황에서 자본 확충 부담을 늘리는 것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윤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26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경기대응완충자본 국내세미나'에서 "바젤 위원회가 지난 2010년 말 도입을 발표한 경기대응완충자본의 시행 권고 시점이 올해로 다가왔다"며 "지난해 은행업법 개정을 통해 시행 근거를 마련한 데 이어 오는 3~4월에는 규제 시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대응 완충자본은 신용팽창기에 금융시스템이 스트레스 상황에 빠지더라도 은행 산업이 자금중개기능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책이다. 예상된 손실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들이 쌓아놓는 '대손충당금'과 비슷한 개념이다. 비정상적으로 신용이 팽창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은행의 부실을 막기 위해 미리 예상되는 손실에 맞춰 자본을 확충하도록 하는 제도다.

특히 저금리 제도 하에서 신용리스크 가능성이 확대될 경우 완화적 통화정책의 작용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로 평가된다. 이승환 한은 금융안정연구팀장은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신용팽창이 과도한 경우 시스템 리스크가 축적될 수 있다"며 "이 경우 경기대응 완충자본 적립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른 금융안정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위기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완화적 통화정책과 함께 경기대응 완충자본을 완화적으로 운용하는 정책 조화가 이상적"이라고 덧붙였다.

BCBS는 경기대응 완충자본을 회원국 감독당국이 0~2.5% 수준에서 부과하도록 권고한다. 각 나라 사정에 따라 2.5% 초과 적용도 가능하다. 경기대응 완충자본 설정의 기본적 참고 지표는 신용·GDP갭 지표다. BCBS는 신용·GDP갭이 2% 초과시에는 자본대응완충자본 규제를 시행하고, 신용·GDP갭이 10% 이상으로 확대될 경우 최대 2.5%를 적립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경기대응 완충자본 규제의 경우 적용 발표와 효력 발생에 최대 12개월 간의 시차가 적용된다. 경기·신용 싸이클 전망에 오류가 있을 경우, 그에 기반해 단행된 정책의 실기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은행의 자본 확충 부담이 강화되는 한편, 경제 주체들이 규제 시행 자체를 위기 신호로 인식하고 과잉반응할 경우 자본조달 비용을 높이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신용·GDP갭 비율이 양호해 완충자본이 필요치 않은 상황으로 판단되는 데다 홍콩과 스웨덴을 제외하고는 주요국이 경기대응 완충자본 적립의무를 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어 당장 적립률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다. 이에 주요 기관들도 당장은 경기대응 완충자본을 시행하기보다 정책 당국과의 협력 기조를 유지하면서 운용상 미비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박사는 "2019년부터 경기대응 완충자본이 단계적으로 부과되다 보니 시간적 여유가 있어 주요국도 적극적으로 도입하지 않는 모습"이라며 "아직 신용·GDP갭이 시스템 리스크로 발생할 상황은 아니고 바젤Ⅲ 규제 단계적 시행에 따른 은행들의 자본확충 부담을 감안하면 당분간 0%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분석했다.

주환욱 기획재정부 자금시장과장도 "경기대응 완충자본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경우 시스템 리스크 완화에 효과적이겠지만, 적립 결정 시점이나 해소시점에 따라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며 "남은 기간 동안 주요국 사례와 제도적 미비점, 발생 가능한 문제에 대한 논의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다만, 경기대응 완충자본 규제를 경기 부양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미루거나, 정치적 압력에 따라 시행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나왔다. 이승환 팀장은 "경기 조절을 위해 완충자본 규제를 운영한다면 심각한 정책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며 "경기대응 완충자본의 비용인 대출여건 악화 등은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반면, 은행 시스템 복원력 제고라는 편익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회와 산업, 정치적 압력에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가능케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윤수 과장은 "글로벌 기준 준수와 주요국 감독당국의 대비 상황, 신용을 넘어선 매크로적(거시적) 경기 상황, 은행의 자본 규제와 수익성을 기반으로한 체력 등을 감안해 결정할 것"이라며 "이사회 관련기관인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예금보헙공사의 동의와 시장과의 협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