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보험요율 산출체계 개편
거꾸로 가는 보험요율 산출체계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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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흐름 방식, '눈가리고 아웅'식 업계이기주의 산물

원가 공개는 커녕 되레 감추기…부정적 측면 너무 커
 
보험사들이 추진하고 있는 보험가격 산출체계 개선작업이 소비자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업계이기주의 산물’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원가 공개’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는 커녕 사업비 내역을 되레 감추기 위한 수단, 거꾸로 가는 제도개선이라는 것이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는 지난 8일 오후 서울 세종로 현대해상 강당에서 금융감독원 후원으로 ‘보험가격 산출 체계 개선 세미나’를 개최했다.

보험가격 산출체계를 현금흐름방식으로 전환해 한다는 것이 골자다. 즉, 현행 보험가격 산출체계인 이차, 사차, 비차로 구성돼 있는 3이원방식을 ‘현금흐름방식’으로 바꾸자는 것.

3이원방식이란, 3이원(예정위험률, 예정이자율, 예정사업비율)을 기초로 보험수리기법과 수지상등의 원칙에 따라 보험료 및 준비금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보험사들은 보험가격 산출체계 개편의 이유를 기존의 3이원방식의 경우 보험료 및 준비금 산출시 투자수익률과 위험률의 변동에 따른 미래현금흐름의 변동성 반영이 곤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금흐름방식으로 바꿀 경우 투자이익, 유지비,관리비,신계약비, 모집수수료, 신계약비 이연상각등 전반적인 보험가격결정 요소들을 미래 현금흐름으로 계산해 예정손익을 산출하고 이를 실제손익과 맞춰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한마디로 변경될 방식을 적용할 경우 기존 사차,비차,이차에서 얼마나 쓰고 얼마나 남겼는지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데 있다. 보험사들의 주장이 나름대로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격산정의 투명성’확보측면에서는 독약인 셈이다.

사차,비차,이차,투자수익등 지금까지 세부적으로 공시했던 자료에 대해 앞으로는 자체적으로만 자료를 가지고 있고 외부로는 공개하지 않고 매년 이러한 비용들을 합쳐서 계산한 전체 예정손익에 대해서만 공시를 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사업비에서 100원을 남기고 이자율에서 20원 손해가 나고 위험률로 10원의 이익을 봤다’라고 공시돼 보험료 산출시 어디에서 얼마의 비용이 쓰였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여기에 투자수익이나 기타손익이 포함돼 전체적인 순이익 결과가 된다.

그런데, 현금흐름방식을 적용할 경우 ‘전체 예정손익은 30원이며 실제손익은 얼마가 된다’라는 식으로 바뀌게 된다. 결국 소비자들은 보험사가 어디서 얼마나 벌고 사업비로 얼마나 썼는지에 대해 알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보험개발원 연구원은 “이번 보험가격 산출체계 개선안은 그동안 논란이 됐던 원가공개 요구에 대해 더욱 문을 닫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사차,비차,이차,투자수익등 세부손익현황에 대해 내부적으로만 서로 알고 외부로는 유출하지 않겠다는 의미여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료 산정이나 회사 운영에 있어서 얼마의 비용이 들며 사업비를 어느정도 남겼는지 전혀 알수가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보험사가 사업비를 높게 책정하고 이를 방만하게 운용하더라도 기타 수익을 통해 예정손익에 맞춰 비슷한 이익을 내면 문제가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또 있다.예정손익에 대한 기준이 과연 객관적이냐 하는 점이다. 보험사들은 자체적인 과거 경험손익을 추산해 예정손익을 맞추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투자수익은 변동성이 크고 신계약비 이연상각등도 회사별 회계처리시기에 따라 규모가 제각각이어서 객관성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즉, 자체적으로 산출한 예정손익이기때문에 사업비를 높게 책정하는 대신 이익을 줄여도 표면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게 된다는 것.

특히 이런 문제가 상품하나 하나에 까지 반영된다면 상품에 대해 과연 얼마의 수수료가 들어갔으며 어느 정도의 역마진이나 위험률차익이 고려됐는지 전혀 알수 없게돼 결국 소비자들 눈과 귀를 속이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김주형 기자 toadk@seoul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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