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KAI·한국지엠…산은發 M&A 大魚 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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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3년간 단계적 매각…"현실성 낮다" 지적도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정부가 KDB산업은행의 비금융자회사를 신속하게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내년부터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금융권발 대형 매물이 잇달아 풀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그간 지속적으로 매각을 추진했음에도 마땅한 인수의향자를 찾지 못했거나 산업은행이 전략적으로 자회사로 보유했던 기업도 있어, 이번 매각 계획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매각 대상 출자전환기업 KAI 등 5개사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산업은행이 15% 이상을 보유한 비금융자회사(116개) 가운데 총 91개 기업을 향후 3년간 단계적으로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가운데 86개사는 투자 기간이 5년 이상인 중소·벤처기업, 5개사는 정상화 업체로 분류된 출자전환기업이다. 중소·벤처기업 그룹과 출자전환기업 그룹간의 지분액 차이를 감안하면, 산업은행이 지분을 갖고 있는 5개 출자전환기업이 주요 매각 대상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현재 정상화 업체로 분류된 대우조선해양(31.4%), 한국항공우주산업(26.4%), 한국지엠(17.0%), 아진피앤피(18.2%), 원일티엔아이(16.7%) 등 5개 출자전환기업의 매각을 우선 추진하고, 아직 정상화 과정에 있는 나머지 11개 출자전환 기업은 구조조정이 종료되는 시점에 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금융위는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해지지 않도록 매년 매각계획을 검토해 승인하고, 경영평가를 통해 매각 이행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사실상 산업은행으로서는 장부가액에 미달하더라도 손실을 감수하고 매각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금융위가 '신속 매각'과 '시장가치 매각'을 원칙으로 세운 것도 산업은행이 그간 매각가를 장부가액 이상으로 받겠다는 원칙을 고수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해서다.

산업은행은 그간 비금융자회사의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했지만, 마땅한 매수의향자를 찾지 못했거나 시장상황이 지분을 매각하기에 적절치 않아 무산된 경우가 많다고 설명해왔다. 최근 대규모 부실이 드러난 대우조선해양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산업은행은 지난 2008년과 2009년, 2012년에 각각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시도했으나, 결과적으로 인수 기업을 제대로 찾지 못해 모두 무산됐다.

더욱이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해당되지 않아 '정상화 업체'로 분류되긴 했지만, 올해 대규모 적자가 뒤늦게 드러난 부실기업이다. 이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매각을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평가다. 앞서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진정한 정상화 시기는 2019년 정도로 보고 있다"고 전망한 만큼,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더라도 향후 3년 내에 매각 작업을 시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상황은 비슷하다. 정책금융공사가 산업은행에 통합되기 전인 지난 2012년 두번에 걸쳐 매각을 추진했지만, 결국 인수자를 찾지 못해 추후 시장상황을 기다려보기로 하고 매각 작업을 접었다. 당시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이 매수에 관심을 보였지만, 본입찰에는 현대중공업만 참여하면서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매각이 무산됐다.

또 다른 대형 매물인 한국지엠의 경우 산업은행이 전략적·정책적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케이스라, 당장 매각을 추진하는 것에 의문을 던지는 목소리도 있다. 오는 2017년까지는 한국지엠 지분 우선매수권을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갖고 있어, 당장 매각을 추진하면 GM 본사에 산업은행 지분을 넘길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지엠 지분을 통해 미국 GM의 국내시장 경영을 견제하는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전략적인 차원에서 2대 주주 자리를 유지해온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GM 본사가 국내 공장 철수 등 각종 경영 현안을 무차별적으로 추진하지 않도록 견제하고, 한국지엠의 독자생존을 지원했다는 설명이다.

◇잇딴 '매각실패' 전례…시기에만 집착?

시장상황 탓에 매각에 연달아 실패한 전례가 있는 만큼, 정부의 계획대로 빠른 시일 내에 매각하기에는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각이 성사되더라도 과도하게 싼값에 매물을 넘기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비금융자회사를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틀은 산업은행뿐만 아니라 기업구조조조정 시장을 위해서도 맞는 방향"이라면서도 "그동안 매각을 시도했음에도 시장상황 때문에 매각을 못했던 기업도 있기 때문에, 매각 시기에만 집착하다가 제값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반면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산업은행 비금융자회사 매각 계획 관련 브리핑에서 "그동안은 (산업은행이) 신속하게 매각을 추진하지는 않았다고 본다"고 밝혀, 산업은행이 의지를 갖고 추진한다면 3년 내 매각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 측 입장을 시사했다.

여기에 금융위는 향후 3년간 집중매각 기업에 대해서는 고의·중과실이 없을 경우 매각을 추진한 임직원들에게 면책권을 주기로 했다. 헐값매각으로 인한 '배임 논란'의 여지를 차단해, 산업은행의 적극적인 매각 작업을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산업은행은 정부가 매각 방침을 정한 만큼 최대한 현실적인 계획을 수립해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원활한 매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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