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프라이스제 폐지 4년…소비자만 '봉'
오픈프라이스제 폐지 4년…소비자만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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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할 수 있는 규정 마련 시급"

[서울파이낸스 구변경기자] #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서 모(25)씨는 아이스크림을 사먹기 위해 집근처 수퍼에 들렀다. 서 씨는 아이스크림을 집어 들고 가격을 살펴봤지만 제품 패키지 어디에도 가격표시는 돼 있지 않았다. 아이스크림 냉장고 위에도 할인율은 적혀 있었지만 제품 가격은 알 수 없었다.

지난 2010년 일부품목에 대한 오픈프라이스제(최종 판매업자가 제품가격을 결정해 판매하는 방식)가 폐지된 지 4년이 지났다.

그러나 관련 제도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는 등 이에 대한 폐해가 크다는 지적이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과자·라면·빙과·아이스크림 등 4개 품목의 오픈프라이스제를 폐지하면서 권장소비자가격 제도가 부활했다. 즉, 제조업체의 가격표시는 자율에 맡기되, 최종 판매업체인 유통업체는 가격표시 사항이 의무인 것이다.

제조업체들은 가격표시가 권고사항인 만큼 가격 인상을 해도 소비자들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롯데제과·빙그레·롯데푸드 등 빙과업계는 스크류바, 돼지바, 죠스바, 메로나 등 대표 제품들의 가격을 올렸다. 표시가격 기준으로 100~200원 가량 인상했다.

이에 대해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오픈프라이스제가 폐지됐다고 하지만 유통업체의 상이한 할인율이나 가격표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제조사들이 가격을 인상해도 마진이 남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에 따르면 시중에서 판매중인 과자와 라면, 아이스크림 등 10개사 186개 제품의 권장소비자 가격 표시 여부를 조사한 결과 43.5%(81개 제품)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년 전 동일품목을 조사한 결과(60.2%)와 비교해도 표시율이 무려 16.7%p 떨어진 수치다.

이처럼 식품업체들의 가격표시 참여가 저조한 가운데, 특히 아이스크림 및 빙과의 경우 가격표시를 한 제품을 거의 찾기 힘든 상황이다. 31개 제품 가운데 가격 표시를 한 제품은 해태제과의 ‘탱크보이’ 하나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의 경우 정상가와 할인율, 할인가 등을 표시하고 있는 곳이 눈에 띄지만 소규모 유통업체는 가격 표시가 미비한 상황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현재 매장면적 33㎡ 이상의 소매점포와 광역시는 17㎡이상의 점포는 가격표시제를 적용해야 한다. 영세한 점포에는 부담이 될 수 있어 제외하고 있다"며 "1차적으로 시정권고를 하고, 시정권고에도 불구하고 재차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컨슈머리서치 관계자는 "가격이 감춰지면서 인상되는 것도 알 수 없고 전체적인 경기부분이 물가가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 부분들을 권장하는건데 권장만 할 뿐 관리는 안되고 있다"며 "오픈 프라이스의 폐해가 심각해 정부가 제도를 폐지한 만큼 권장소비자가 표시를 좀 더 적극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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