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사, 줄줄이 자본잠식…'돈맥경화' 우려 점증
중견건설사, 줄줄이 자본잠식…'돈맥경화' 우려 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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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시공능력평가 24위의 경남기업이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앞서 동부건설, 남광토건, 삼환기업 등 중견건설사들이 줄줄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데 이어 경남기업까지 자본잠식 상태가 되면서 건설업계에 위기감이 돌고 있다.

최근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한 주택시장의 회복세로 건설업계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지만, 전반적인 건설경기 침체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권의 외면으로 자금조달이 녹록치 않아 '돈맥경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 중견건설업체 생존 '위태'…상폐 가능성
11일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중인 경남기업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약 1827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2013년 3109억원의 당기순손실에 이어 지난해 발생한 2658억원 규모의 적자가 쌓이면서 자본총계가 -493억원이 됐다. 자본금 1790억원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경남기업 관계자는 "국내 및 해외건설 경기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이 원인"이라며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이 이날 오전 긴급회의를 소집해 자본잠식 해소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남기업은 이달 말 사업보고서를 공시하기 전까지 자본잠식을 해소하지 못 할 경우 주식시장에서 퇴출된다. 한국거래소가 해당 연도 말 전액 자본잠식을 상장폐지 요건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중인 동부건설(25위, 이하 2014년 시공능력평가순위)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79.8%에 달한다. 동부건설은 2013년과 지난해에 각각 1780억원과 2111억원의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 자본총계가 1년 만에 3501억원에서 54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동부건설은 자본잠식을 해결하기 위해 감자 등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법정관리 중인 남광토건(50위)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자본잠식률 -158%)다. 2013년 418억원, 지난해 1056억원의 손실로 자본총계가 -655억원을 기록했다. 주택사업 미분양에 따른 손실이 반영된 게 주된 이유로, 현재 추진 중이 M&A 작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2013년 초 법정관리를 졸업한 삼환기업(33위)도 자본잠식 중이다. 지난 2년간 각각 2796억원과 65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확정되지 않았던 회생채권이 재판 결정에 따라 반영 된데다 호남고속철 등에서의 담합으로 과징금이 계상됐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회복된다고는 하지만 아직 업체의 경영실적에 큰 영향을 못 주고 있다"며 "대형건설사들만 덩치로 버티고 있을 뿐 중견업체는 생존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 건설업 대출 잔액 '반토막'…악순환 우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올해 건설사들이 금융권에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 규모는 총 3조6083억원에 달하지만, 금융권의 외면으로 상환 여건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제 때 상환하지 못 할 경우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통 기업들은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면 차환 발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건설업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회사채 수요가 여의치 않아 시중은행들마저 건설사들에게 돈을 내주는 것을 꺼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예금취급기관의 건설업 대출 잔액은 39조1000억원으로, 정점이었던 2008년 3분기(71조8222억원)에 비하면 6년새 30조원 이상 감소했다. 예금취급기관의 대출은 은행과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예금을 취급하는 금융회사가 가계가 아닌 기업에 빌려준 자금을 뜻한다.

이 같은 하락세는 타 업종 대비 가장 빠른 속도다. 주요 업종인 자동차를 비롯해 금융 및 보험업, 부동산 및 임대업 등의 대출금은 건설업과 반대로 증가세다.

업계에서는 주택시장이 활황 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금융권의 건설업 대출이 증가세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경기 훈풍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데다 해외 플랜트와 공공공사의 원가율 상승 등으로 건설업 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기업대출 담당자는 "경기 회복세 진입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늘고 있고 은행들도 여기에 호응하는 추세"라면서도 "하지만 실적 개선에도 건설업이 신용등급 대규모 하락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부실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고 보고 있어 시중은행들이 건설사에 돈을 내주기를 꺼리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실적 부진에 신용 강등 우려까지 커진 건설사들의 고민은 더 크다. '신용등급 하락→자금조달 금리 상승→투자 어려움→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회사채 등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건설사들의 자금조달 창구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 금융권의 대출 문턱을 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정부가 중견건설사들을 위한 지원카드를 꺼내들지 않는 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 심해져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돌입하는 건설사들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설업에 대한 여신심사 기준을 완화하는 등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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