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딜링 동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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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제에 관한 국내 그 누구보다 높은 식견을 자랑하는 DJ가 올해 6.15 기념만찬에서 중국의 북한 진출을 경계하도록 촉구했지만 우리 사회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 분위기다. 그런데 유독 자본주의 경영에 밝은 한 일간신문이 이 발언을 비중 있게 다뤘다. ‘역시’ 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요즘 일본이 북한 미사일 발사를 빌미로 재무장의 길에 들어서기 위해 ‘선제공격론’까지 들먹이며 들떠있지만 가장 실속 있게 동북아 지형도를 놓고 딜링 하는 나라는 뭐니 뭐니 해도 중국이다. 일본은 힘없는 아이가 덩치 큰 형을 믿고 큰소리 치는 것처럼 허풍스러워 보이지만 중국은 자상한 형처럼 북한을 어르고 달래며 사실상의 국가 M&A 작업을 진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편으로는 동북공정으로 역사를 종단적으로 흡수해 나갈 길을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6자회담 중재를 앞세우며 미국의 경제 제재로 코너로 몰릴 대로 몰린 북한 경제에 막대한 경제 지원을 통해 시장을 통째로 먹어가고 있다. 남한 시장에서도 웬만한 저가품이면 다 중국제품이라 할 정도인데 더욱이 산업이 피폐할대로 피폐해진 북한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가질 상품이 중국제품인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퍼주기 한다고 야당이나 소위 ‘민족지’들이 악을 써대는 동안 남한은 북한 시장에 간신히 발을 붙일 단계에 머물렀고 중국은 북한 대외교역 규모의 40%, 소비재 수입의 80%를 점유하며 사실상 북한 시장을 장악했다. 연료는 70% 이상 90%까지 이르고 수입식량은 1/3에 이르는 철저한 중국 의존상황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북한의 대외교역 중 대중 교역규모는 15억8,000만 달러, 남한과의 교역규모는 10억5,500만 달러였다고 한다.
이런 중국 편향은 물론 북한이 원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의 대북제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나라가 중국과 러시아 뿐이고 그 중 역사적으로 한반도에 더 많은 집착을 갖고 있는 중국이 더 적극적으로 북한을 지원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물론 우리도 상대적으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대북 경제교류 및 지원에 규제를 덜 받는 입장이다. 민족 내부거래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에서 결정하면 일사분란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는 중국과 달리 우리는 국익이 걸린 문제들조차 갖가지 공방을 벌이는 사회다. 더욱이 대북 문제라면 전쟁 체험세대가 아니라도 다양한 이유로 해서 이성적 판단을 넘어서는 감정적 대응으로 일의 진행을 어렵게 하는 경우가 흔하다.
지금 물론 중국이든 남한 정부든 실질적으로 북한을 좌지우지할 만큼 장악하고 있는 나라는 아직 없다. 오히려 남한 사회 내부에서는 일방적으로 끌려가고 있다는 불만들이 터져 나올 만큼 북한은 자존심 하나로 상황을 버텨나가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속도로 중국이 북한 시장을 잠식해 들어가는데 북한 경제는 제재조치로 인해 살아나갈 자생력을 찾지 못할 상황이 온다면 상황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생각해야만 한다. 아무리 자존심 강한 북한 지도부라 해도 경제 제재가 풀리지 않고 현재 상태가 계속된다면 머잖아 사실상의 종속 관계로 변해 가는 것을 온전히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남한 사회에서 중국의 북한 잠식을 우려하는 데 대해 중국 정부는 매우 불쾌한 반응을 보인다고도 한다. 그러나 동북공정을 비롯해 주변국 역사를 쌈 싸먹는 중국의 인식을 보며 우리는 결코 중국의 북한 지원을 편안하게만 바라볼 수 없다. 고구려를 중국 변방사라고 우기는 중국 입장에서만 본다면 한반도 북부를 자국 영향권으로 인식하는 것이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단지 세계의 이목이 있어서, 그리고 북한 지도부의 자존심을 건 저항의 우려가 있어서 한꺼번에 전격적인 흡수를 미루고 있을 수도 있다. 단순히 우울한 시나리오로만 그친다면 얼마나 좋을까만 세계사의 경험은 결코 이런 우려가 노파심만은 아니라고 가르쳐주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홍승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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