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보직 사퇴…호텔사업도 '삐걱'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보직 사퇴…호텔사업도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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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 = 대한항공)

'무늬만 사퇴' 비난여론 비등…경영공백 우려도

[서울파이낸스 송윤주기자]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최근 '땅콩 리턴' 논란으로 보직 사퇴한 가운데, 대한항공의 이번 결정에 대해 '무늬만 사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직위는 그대로 유지되는 데다 조 부사장이 이끌고 있는 호텔사업 역시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10일 항공업계 및 재계에 따르면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 9일 오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국제올림픽평의회(IOC) 출장에서 귀국한 후 열린 회의에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대한항공의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조 부사장은 대한항공에서 맡은 업무를 내려놓을 뿐 직위는 그대로 유지돼 '무늬만 사퇴'가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조 부사장은 직전까지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본부장과 함께 대한항공 기내식기판사업본본부장, KAL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 등을 겸임해왔다.

앞으로 대한항공 기내서비스 및 호텔사업부문 총괄본부장직은 수행하지 않지만, 부사장의 직함과 함께 대한항공의 등기이사는 계속 유지된다. 대한항공 외에 대표직을 맡고 있는 KAL호텔네트워크, 왕산레저개발, 한진관광도 그대로 이끌어 나간다.

▲ 지난 9월 LA 윌셔 그랜드 호텔 신축 현장에서 열린 윌셔 그랜드 호텔의 인터콘티넨탈 브랜드 위탁 운영 계약식에서 조현아 부사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대한항공)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과거의 부적절한 행적에 대한 논란까지 재점화되면서 조 부사장이 호텔 경영에도 적극 나서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조 부사장은 지난해 5월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병원에서 쌍둥이 아들을 출산하면서 원정 출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출산을 앞두고 같은 해 4월 초 대한항공 미주지역본부 LA 월셔 그랜드 호텔 재개발 및 하와이 와이키키리조트 호텔 재개발 프로젝트 총괄로 전근 발령을 받아 미국으로 출국하면서다. 당시 조 부사장은 관련 논란에 대해 비방댓글을 게재한 네티즌 대다수를 검찰에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비난이 더 거세졌다.

또 지난해 4월에는 대기업 계열사 임원이 기내 승무원을 폭행한 이른바 '라면 상무' 사건과 관련해 눈총을 받은 사례도 있다. 당시 조 부사장은 "기내 폭행은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계몽 효과를 보았다"는 내용의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려 임원으로서 부적절성을 지적받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현아 부사장은 그룹 내에서 업무 능력은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지만 수차례 여론의 비난을 샀던 점은 리더로서의 자질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며 "이번 사건에서도 공식적인 사과 없이 진정성이 결여된 모습을 보여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조 부사장의 업무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호텔 사업의 경우 대부분을 조 부사장이 책임져 왔기 때문이다.

현재 조 부사장은 제주KAL호텔, 서귀포KAL호텔, 제주파라다이스호텔, 하얏트리젠시인천, 하와이 와이키키 리조트호텔, LA 윌셔 그랜드호텔 등 6개 호텔의 운영을 맡고 있다. 미국 LA 윌셔 그랜드 호텔의 경우 재개발하는 데 총 10억달러(약 1조 1030억)가 훌쩍 넘는 자금이 투입됐다. 또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 건립할 예정인 '7성급 호텔'은 관련 허가 절차가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이번 논란의 확산으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외신에 보도되면서 미국 등 대외적으로 진취적인 이미지를 쌓아온 조 부사장이 국제적 망신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며 "조 부사장이 공들여온 호텔·관광 사업의 경우 해외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사업 특성상 오너의 신인도 하락으로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현아 부사장은 2009년부터 KAL호텔네트워크 대표직으로 취임, 그룹의 호텔 사업과 연계 업무를 전적으로 맡아왔다. 이어 2011년 11월에는 새롭게 설립된 계열사인 왕산레저개발의 대표로, 올해 3월에는 한진관광의 대표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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