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금감원 제재권 제한…'KB 사태' 후폭풍?
금융위, 금감원 제재권 제한…'KB 사태'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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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자충수에 반발도 못하고 냉가슴"…후유증 우려
 
[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금융위가 금감원에게 금융사 검사결과를 즉각 보고토록하고 금융사 직원에 대한 제재도 90% 줄이도록 하는 등 제재권을 줄여나가고 있다. 금감원이 KB금융과 국민은행 중징계에 실패하면서 위상이 실추된 틈을 타 권한을 축소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금융위원회는 제15차 정례회의를 열고 금감원의 제재권을 축소시키는 내용을 담은 '금융기관 검사와 제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감원장에게 위임했던 제재사항 사전통지 업무를 회수해 내년부터 직접 수행하게 된다.

금감원은 검사업무의 기본방향과 검사대상 금융기관, 검사계획을 매년 초 금융위에 보고해야 하고, 검사에서도 금융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발견한 경우 지체 없이 금융위에 보고토록 의무화된다. 이는 금융위가 금감원의 제재권을 일부 회수하고, 금감원이 직접 판단했던 부분을 앞으로는 제어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규정개정은 최근 금융위가 금융사 직원 제재를 줄이도록 한 방안과 함께 금감원의 제재권을 크게 줄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6일 금융위가 국민경제자문회의를 통해 대통령에게 보고한 안건에 따르면 금융사 직원에 대한 제재를 현재보다 90% 이상 줄이고, 중대하지 않은 제재에 대해서는 금융사에 위임하도록 했다.

금융위는 일련의 조치가 감독업무의 효율성과 금융관련 제재처분의 절차적 정당성 및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시행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KB금융 관련 제재에서 중징계를 내리는데 실패한 후폭풍이라는 시각이 많다.

금감원은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관리 책임 등을 물어 중징계를 내리겠다고 사전 통보했으나 결국 지난 21일 제재심 결과 경징계로 징계수위를 낮췄다.

당시 금감원이 금융사 임직원 200여명이라는 최대 규모 징계에 나서는 등 금감원이 제재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상황이었으며, 사전통보한 징계수위를 관철하는데도 실패했다. 때문에 사건 이후 금감원의 제재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감원은 금융위의 이같은 조치에 내심 불만이지만 대놓고 반발하지는 못하고 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는 물론 금융사에도 제재권을 넘기게 됐다"며 "금감원이 검사에서 문제를 적발해도 적절하게 대처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도 "금감원의 본질적인 제재권이 흔들리게 된 것"이라며 "앞으로 금융사고가 늘어날 확률이 높은데 금감원의 권한은 축소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금감원과 달리 금융위는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이같은 규정변경을 예공했으며 세부사항에 대해 금감원과 긴밀하게 협의해 최종안을 마련했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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