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연이은 악재에 하반기 인사 '차질'
은행권, 연이은 악재에 하반기 인사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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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CEO 제재·청와대 검증 지연에 차일피일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국내 은행권이 하반기 인사 시즌을 맞았지만, 금융당국의 제재 조치와 청와대의 인사검증 지연으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후속 인사가 불명확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하반기 경영 계획과 업무 공백에 대한 우려도 뒤따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중으로 결론날 예정이었던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에 대한 제재 결론이 내달 15일로 다시 미뤄지게 됐다. 경영진 외에도 100여명 이상의 KB 임직원이 제재 대상에 오른 상황이라, 현재 시점에선 하반기 인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하기는 어렵게 됐다.

지난해의 경우 KB금융지주는 7월18일 임원 및 부서장급 인사를 단행했고, KB국민은행도 비슷한 시기에 순차적으로 인사 명단을 발표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도 이달 말께 인사가 진행됐어야 했지만, 금융당국의 제재가 미뤄지면서 8월 중순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최근 임기가 만료된 임원들은 당분간 임기를 연장해 근무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의 임현수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은 이미 지난 22일 공식 임기가 만료됐고, 민영현 상품본부 전무와 박정림 WM사업본부 전무도 23일 임기가 끝났다. 이헌 서영업추진본부 부행장도 8월1일이 임기 만료일이다.

KT ENS 부실대출 관련 제재와 종합검사 결과를 앞둔 하나은행도 인사 발표 시점이 불명확한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해의 경우 하나금융지주가 인사를 단행하던 날 은행 인사도 함께 발표됐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 18일 장기용 하나금융 부사장(CHRO)가 새롭게 선임되는 등 지주에서만 소폭 인사가 단행됐을 뿐, 은행에서는 별다른 인사이동이 없었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통상적으로 경영전략회의를 진행하는 날에 부서장급 인사가 함께 결정되는데, 올해는 구체적으로 나온 얘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은 금융당국의 CEO 제재와는 무관하지만, 청와대의 인사검증 지연으로 부행장급 인사가 늦어지고 있다. 특히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를 둘러싼 '외압 논란'까지 나오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IBK기업은행은 이번 하반기 인사에서도 임원부터 일반 행원까지 모든 임직원의 인사를 한번에 발표하는 '원샷 인사'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IBK자산운용, IBK연금보험 등 자회사 대표에 대한 청와대 인사 검증이 늦어지면서 부행장급 인사가 자연히 뒤로 밀리게 됐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부행장급 임원들이 자회사 대표로 나가는 게 일종의 관행이라, 자회사 대표 인사와 부행장 인사가 자연히 꼬리를 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IBK기업은행은 지난 18일 부행장급 인사가 빠진 채로 임직원 1800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지만, 사실상 '투샷 인사'라는 평을 들었다.

더군다나 이번 인사를 둘러싸고 외압 논란까지 일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최근 IBK기업은행 노조가 "이번 인사의 배경에는 현직 관료와의 동문관계,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의 입김으로 인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며 "정부가 관피아를 보내지 않겠다는 약속과 다르게 신종 낙하산 인사를 IBK자회사에 내려 보내 지배하려는 의도"라고 반발하고 나선 것.

이와 관련 KDB산업은행 측은 "노조가 주장하는 내용은 산업은행 및 홍기택 회장과 전혀 무관한 사항"이라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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