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험산업의 규제 적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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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유승열기자] "한 사석에서 금융당국 직원에게 보험산업에 대한 규제가 지나치다는 하소연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당국의 존재 이유'라는 답이 돌아오더군요"

기자가 만난 국내보험사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올 들어 보험업계에서는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과거 어느 때보다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개최된 간담회 자리나 조찬회에서도 보험사 수장들은 너도나도 규제철폐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19일 CEO 조찬회에서 김석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의 지속성장을 위해 시장경쟁 원리에 의한 보험시장의 효율성이 제고돼야 하며, 이를 위해 그림자 규제를 해소시켜 보험산업 자율성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달 20일 금융위원회와 보험업계 간담회에서는 보험사 사장들이 금감원의 그림자 규제를 통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규제철폐를 주장하고 있는 이유는 둔화되고 있는 보험산업 성장세 탓이다. 실제 보험연구원의 '2014년 수입보험료 수정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보험산업 수입보험료는 예상보다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돼 3.7% 증가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당초 전망보다 1.3%p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로 인해 운용자산 이익률은 바닥을 기고 있고, 생보업계는 지난해 이차역마진으로 인해 나가는 돈이 1조원이 넘어섰다.

이런데도 보험사들은 당국의 규제와 간섭 탓에 보험료를 조정할 수도, 투자수단을 다양화할 수도 없다고 토로한다. 즉 그림자 규제를 없애 보험사들의 숨쉴 구멍을 만들어달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보험사들은 당국의 구두지시에 불만이 많다. 그동안 금감원은 자료요청이나 보험사 관리를 위한 지시를 내릴 때 메일, 공문 등이 없이 전화로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만약 당국의 지시사항에 문제가 있을 경우 문서가 없다는 이유로 속앓이만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변액보험 수수료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생보사를 상대로 징계를 내린 것이다. 당시 공정위는 9개사에 총 201억원 가량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이중 5개사는 검찰에 고발했다. 생보사들은 금감원의 행정지도를 따른 것뿐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결국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이후 검찰에 고발된 생보사들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생보업계의 이미지는 이미 추락하고 난 뒤였다.

물론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는 당국의 존재 이유임과 동시에 금융권의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없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명문화된 지도가 아닌 구두지시는 피감 기관으로서는 권력 남용으로 비춰질 소지가 다분하다. 정부의 규제완화 의지가 보험산업에도 충분히 적용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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