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생명 보유 물산 주식 전량 매입…생명은 화재 자사주 지분 4% 취득
[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삼성그룹의 주력금융사간 계열사 지분 거래가 빈번하게 이어지면서 그 배경이 주목받고 있다.
주식삼성화재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전량(747만6천102주)을 5천353억원에 취득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했다고 13일 공시했다.
이와관련, 삼성화재는 "1대 주주인 삼성생명의 지분 강화로 경영권 안정과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삼성물산은 긍정적인 성장성 전망 등 장기 투자수단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해 사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삼성생명이 제조 계열사의 지분을 삼성화재로 넘긴 이유를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비하기 한 것이라고 '연합뉴스'는 분석했다.
현행법에 따라 보험사는 대주주나 계열사의 유가증권을 자사 총자산의 3%까지 보유할 수 있는데, 이 기준은 증권을 사들일 당시의 '취득가액'. 개정안의 핵심은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인 '공정가액'으로 변경하는 것으로, 개정안대로 기준이 바뀌면 이 한도를 초과하는 보험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뿐이기 때문이라는 것.
삼성화재가 이번에 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취득하기로 한 삼성물산 지분은 총 4.5%다. 이로써 삼성화재의 삼성물산 지분은 4.8%로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삼성화재와 삼성물산은 모두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말단에 위치한다"며 "보유 지분이 외부로 나가게 하지 않으려고 지분이 상대적으로 적은 계열사에 돌려놓은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삼성생명은 삼성화재가 보유한 자사주 189만4천993주를 4천936억원에 취득하기로 했다. 이 경우,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보유지분율은 기존 10.98%에서 4%포인트 상승한 14.98%로 올라가게 된다.
삼성생명은 "금융업 시너지 효과와 삼성화재의 안정성, 성장성, 안정적 배당수익을 고려하면 회사가치에 대한 기여도가 크다고 판단해 매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이에 대해서도 다른 해석이 나온다.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작업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앞서 삼성생명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삼성자산운용 지분 100%를 사들이는 안건을 의결했으며 지난 4월에는 삼성카드가 소유한 삼성화재 주식 전량을 사들인 바 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삼성전기,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을 인수했다.
박 연구위원은 "최근 일련의 지분 정리로 삼성생명은 삼성 금융계열사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며 "이번처럼 지분 맞교환 방식은 현금을 동원해야 하는 부담이 없고 재무구조가 악화할 일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