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주택 소형의무 폐지…중대형 쏠림 '우려'
민영주택 소형의무 폐지…중대형 쏠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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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정부가 재건축에 이어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내 민영주택의 소형주택 의무비율마저 폐지키로 했다. 업계에서는 건설업체가 아파트를 지을 때 수익성이 높은 중대형 위주로 공급하면서 수급불균형은 물론, '소셜믹스' 기능마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국토부, 민간도 소형의무 폐지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토교통부는 민영주택의 소형의무비율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주택조합 등에 대한 규모별 공급비율에 관한 지침' 개정안을 20일간 행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16일 주택건설업계 간담회에서 거론된 규제 완화에 따른 조치다.

이번 지침 개정으로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내 300가구 이상 민영아파트를 건설할 경우 전체 가구의 20% 이상을 전용 60㎡ 이하로 짓도록 하는 규제가 폐지된다. 소형의무비율 폐지 대상은 민간사업자 보유택지에서 건설되는 주택이다. 지침 개정안은 의견수렴을 거쳐 이르면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앞서 국토부는 재건축의 소형의무비율을 폐지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개정안도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안은 국민주택 규모(85㎡) 이하 60% 이상 건설비율은 유지하되 시·도 조례로 위임한 60㎡ 이하 소형의무비율은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토부는 소형주택 수요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공급도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어 더 이상 의무비율을 규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장 수요에 따라 공급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어 규제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이번 규제 완화로 주택시장의 자율성이 확대돼 다양한 수요에 맞는 주택공급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 중대형 쏠림현상·소셜믹스 약화 '우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 완화가 1~2인 가구 증가 추세에 역행하는데다 정부의 서민주거안정 및 사회통합을 위한 '소셜믹스' 활성화 정책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미 서민들이 집값 부담으로 진입이 어려운 강남, 용산 등 일부 지역의 경우 중대형 '쏠림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의 판단대로 수요에 따라 공급도 중소형 위주로 이뤄지는 추세"라면서도 "다만 일부 요지에서는 건설업체들이 수익성이 높은 중대형 위주로 공급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도 "소형의무비율 규제가 없었다면 중대형 난개발로 지금쯤 엄청난 시장 충격이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 규제 완화는 강남을 위한 정책으로, 특정지역이 과도하게 중대형으로 지어져 도시 관리 기능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잘 살고 못 사는 지역 등의 낙인이 찍히는 경향이 심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주택건설업계에서는 이미 지역별로 차별화된 공급전략을 꾀하고 있다. 고급주택에 대한 수요가 있는 곳에 중대형으로만 이뤄진 고급 주택단지를 개발하는 게 브랜드 가치는 물론, 수익성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과거 이 같은 소형비율 규제가 없었을 때에는 건설사들이 서울뿐만 아니라 용인 등지에서도 고급스러운 중대형 단지를 앞 다퉈 분양했다"며 "지금은 중소형 수요가 물론 많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중대형 주택공급이 부족했던 측면도 있는 만큼 업체들로서는 이번 규제 완화에 맞춰 경쟁적으로 중대형 수요를 겨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주택경기 침체로 중대형 인기가 예전만 못하지만 강남 등 부촌의 경우 경기와 상관없이 수요가 꾸준하다"며 "과거에는 규제 때문에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요지에 중대형 공급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시 "도계위 심의에서 조정할 것"
한편 소형의무비율 폐지에 줄곧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해 온 서울시는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는 소형의무비율 조항이 없어질 경우 1~2인 가구를 위한 소형주택을 확보하기 어렵고 기존 소형주택 거주자의 재정착도 어려워 질 것으로 우려했다. 또 강남처럼 고가주택 수요가 많은 지역의 경우 중대형 위주로 건설돼 소형주택 부족으로 전·월셋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시 도시계획국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다시 좋아지면 사업자들이 다시 중대형으로만 건설할 수도 있는데, 그 때 소형평수 의무건설 지침이 없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물론 정비사업의 경우 조례가 없어도 도계위에서 소형주택 건설을 전제로 사업계획을 통과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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