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상품개발 경쟁 '道'를 아시나요?
은행권 상품개발 경쟁 '道'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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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이어온 은행들의 영업경쟁이 연초부터 분위기가 심상찮다.

잠잠했던 국민은행이 올해는 공격 경영을 주창하며 최일선에서 은행경쟁을 주도하고 있고 우리, 신한, 하나 등 리딩뱅크를 꿈꾸는 대형은행들도 외형성장을 최대 화두로 내던지며 시장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외국계 은행들 역시 시장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며 고객 뺏기에 여념이 없다. 어느 시기엔들 경쟁이 심하지 않았으랴마는 지금처럼 급박하고 첨예하게 경쟁구도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가장 큰 중압감을 느끼는 것은 다름아닌 은행권 상품담당자들이다.

금융상품 개발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논하지 않더라도 차별화되고 독특한 신상품을 개발해야 하는 이들의 부담은 커질수밖에 없다. 

최근 은행들의 상품은 고객뿐만 아니라 은행창구직원들도 다 알지 못할 정도로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있다.

A은행의 경우, 현재 은행수신 계정에 상품코드만 2천여개에 달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타은행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은행이라고 해서 단순히 예금과 적금, 대출만 취급하던 시대는 이미 역사속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지금은 선진금융기법 도입의 미명 아래 복잡한 금융상품들이 즐비한 시대다.

상품이 많아지고 경쟁이 심화될수록 상품개발자들은 더욱 창조의 비명을 질러야 한다. 유사상품 논란에 휩싸이지 않으면서도 은행수익에 기여할 수 있는 독창적인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경쟁이 심해지면서 가장 기본적이지만 쉽게 지켜지지 않는 위험 요소가 있다.   

바로 상품개발자들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덕성과 양심이다. 알다시피 요즘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독창적인 은행상품을 창조하며 양심을 지키는 상품개발자를 찾는 것은 쉽지가 않다.

실적이 좋고 획기적인 상품이 나왔다 하면, 불과 일주일이 지나기도 전에 타 은행에서 유사상품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상품명만 바꾸고 상품을 등록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유사상품은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폭넓게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상품개발자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인 만큼, 최소한 창조자의 노력을 배려하는 도덕성과 양심을 지켰으면 싶다.

물론 창조자의 노력은 실적으로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시장선점의 효과 역시 매우 커서 유사상품으로는 고객들의 외면을 받기 일쑤다. 지난해 출시된 금리스왑 상품의 경우 A은행은 1,500억원의 실적을 거뒀지만, B은행과 C은행은 200억원이 안되는 실적을 거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단기적 실적을 떠나 금융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건전한 경쟁구도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올해 은행간 경쟁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은행의 얼굴인 상품경쟁에서 담당자들의 얼굴이 붉어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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