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새해에도 안녕치 못한 건설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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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갑오년 새해가 밝은지 보름이 지났지만 건설업계는 올해도 안녕치 못해 보인다. 그나마 부동산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제 폐지,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등의 정부 정책으로 숨통이 트인 분위기지만 여전히 건설업은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현재 대형건설사는 해외 저가수주에 대한 실적 반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 공공공사에 대한 입찰담합 조사를 실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징금)을 안고 있다. 또 공공공사 입찰제한까지 받으면서 연초부터 사업진행의 동력을 잃은 모양새다.

여기에 상장사들은 올 상반기 상환해야 할 회사채가 4조5000억원에 달하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에 건설사들은 자산매각, 유상증자 등으로 자금 확보에 나서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다.

특히 신용등급 A 미만 건설사들은 같은 기간 만기도래하는 회사채가 2조3000억원에 달하지만 자금 조달마저 여의치 않다. 업황의 장기침체로 금융권으로부터의 자금줄이 경색돼 버린 상황에서 프라이머리담보부증권(P-CBO) 등 정부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M&A 매물로 나와 있는 업체들도 표정이 어둡다. 최근 벽산건설 M&A가 무산되면서 앞서 시장에 나온 쌍용건설, 동아건설산업 등도 평가 절하되고 있다. 그밖에 법정관리 중인 남광토건, STX건설, LIG건설 등은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설업을 바라보는 외부 시각도 부정적이다. 언론에 보도되는 주요 소식들은 담합과 하도급 거래에서 발생하는 '갑을 논쟁'만 부각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덧칠된 나쁜 이미지가 해외발주처에서 '마피아 같은 업체에 믿고 맡기겠느냐'는 우려로 연결돼 수주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건설업계가 자정노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일 열린 '건설인 신년인사회'에서 최삼규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이러한 위기를 해소하고 건설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건설인들 스스로가 변화하고, 혁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건설업계의 위기는 자칫 서민경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대형건설사 한 곳이 부도를 피하지 못할 경우 1400여개의 하청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건설사들은 최 회장의 언급처럼 과거 관행을 탈피해 국내외 저가경쟁을 지양하고 새로운 일감 창출에 힘쓰는 한편, 공생발전 모색과 부조리를 일소해 건설산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말의 해를 맞아 국내 건설사들이 힘차게 질주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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