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 워크아웃 신청…건설업계 "실탄 확보하라!"
경남기업 워크아웃 신청…건설업계 "실탄 확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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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매각·증자 등 자구책 마련 '고심'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경남기업의 워크아웃 신청을 보듯 동양그룹 부실 사태 이후 가뜩이나 어려웠던 건설업계의 외부자금 조달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로 확산될 수 있어 후폭풍이 우려됩니다." (건설업 신용분석 관계자)

건설업계에 경영악화에 따른 구조조정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도급순위 21위의 경남기업이 두 번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상당수 건설사들이 올 겨울 건설경기 '한파'를 넘기기 위해 증자와 자산매각 등 '현금 확보'를 위한 자구노력에 경쟁력으로 나서고 있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업계는 부동산 경기 침체, 공공건설시장 축소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하락해 내부 유보자금 자금난이 악화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국내 건설기업의 자금조달 구조 분석 및 시사점'에 따르면 건설공제조합 소속 건설기업 532개사 가운데 올해 1분기 현재 자금사정이 '매우 어려웠다(17.4%)', '어려웠다(47.9%)'고 답한 기업비율이 65%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우 좋았다(0.6%)', '좋았다(1.9%)'는 답변은 2.5%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남기업처럼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경남기업의 경우 만기도래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B2B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강등됐으며 동부건설은 지난 8월 영업수지 악화와 자산매각 지연 등으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바 있다.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지면 발주처로부터 수주한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발주처는 시공업체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내려가면 공사 기성금을 하청업체에 직접 지급하게 된다"며 "발주처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유동성에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신용도가 낮은 비우량 기업들은 과거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주요 자금조달처로 이용했는데 저축은행 줄도산 여파로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이에 건설사들은 현금 확보를 위해 자산 매각과 증자 등 다양한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올 들어 누적 영업 손실액이 1조원을 넘어선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자금 확보를 위해 서울 도곡동 사옥 2채(1500억원 규모)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SK건설도 최근 SK㈜와 SK케미칼 등 주요 주주참여로 4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다.

중견건설사들 역시 유동성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동부건설은 서울 동자동 오피스 빌딩 지분과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매각 등으로 연말까지 총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동자동 오피스 빌딩의 경우 투자지분을 매각한 뒤 재임대해 내달 1일께 입주할 예정이다.

이밖에 일부 대형 건설사의 경우 운영권 확보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해외수주나 주택건설 등에서 발생한 손해율을 만회하고 있다.

연간 누적 영업손실이 7993억원에 달하는 GS건설은 최근 해외 물사업 및 담수사업, 상하수도 사업 등 운영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자체적으로 토목 및 환경분야 등 11개, 지난해 인수한 스페인 수처리(담수 포함) 전문업체인 이니마(Inima)社를 통해 49개의 운영사업을 추진 중이다.

GS건설 측은 국내 운영사업은 현 수준을 유지하는 대신 아시아 및 중남미 시장 위주로 물사업을 발굴하는 등 해외시장 중심으로 운영사업 영역을 발굴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해외공사 저가 수주와 국내외 불황으로 자금 확보가 어려운 만큼 불필요한 유휴자산 매각과 증자 등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며 "연말 전후로 닥칠 유동성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금 확보는 물론, 구조조정 등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연말을 전후해 추가로 구조조정될 건설사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미리미리 자구노력을 해가고 있지만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누적적자가 많은 중견기업의 경우 올 겨울 구조조정을 맞을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안영복 나이스신용평가 실장도 "악재가 노출된 건설사들은 증자와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자구노력에 차질을 빚거나 버틸 힘이 약한 건설사는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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