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낙관적"…한은 성장률 전망 '도마 위'
"지나치게 낙관적"…한은 성장률 전망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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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2013년 하반기 경제전망. 출처=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채선희기자] 대외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올해 국내 성장률 전망치를 2.8%까지 끌어올렸다. 일각에서는 '달성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반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어 논란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 "달성 가능할 수도"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한국은행은 7월 기준금리를 현행 2.5% 수준에서 동결하고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상향조정했다. 이는 지난 4월 내놓은 전망치(2.6%)보다 0.2%포인트 올린 것으로 정부 전망치보다 0.1%p 높은 수준이다.

이같은 결정에 대해 한은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과 금리인하 등 경제 활성화 정책이 하반기 들어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되고 유가 하락 등으로 경상수지도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한은은 내년까지 매분기 1% 내외 수준을 유지하며 경기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으며, 올 2분기에는 1분기보다 성장세가 나아질 것으로 판단했다.

사실 한국은행이 제시한 성장률(2.7%) 수준은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내놓은 전망치와 큰 차이가 없다. 현재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올해 국내 성장률 전망치 컨센서스는 2%후반대를 나타내고 있다.

김종수 NH농협증권 연구원은 "대외 여건의 개선, 정부의 경기부양 효과와 수출 회복 등으로 한은의 전망은 달성 가능하다"며 "특히 지난해 하반기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비정상적으로 위축됐던 억압수요가 회복될 경우 하반기 회복세는 더욱 확연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국내 성장률 전망치를 내려잡는 상황에서 한은이 '상저하고'의 경기 전망을 유지, 반대로 예측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3.1%에서 2.6%로 낮췄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 3.0%에서 2.6로 하향조정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올해 국내 성장률을 3.3%에서 2.9%로 0.6%포인트 내려 잡았으며 HSBC는 기존 3.0%에서 2.4%로, UBS도 전망치를 2.3%로 내렸다.

◇"회복 모멘텀 오래가지 못해"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의 '낙관적' 전망에 대해 '중앙은행답지 않다'라는 혹평까지 내놓고 있다. 통상 중앙은행의 경우 정부는 물론 민간 연구기관보다 보수적으로 전망해 왔기 때문이다.

김성태 KDI 부연구위원은 "한은의 전망치를 살펴보면 건설 부문이 받쳐주는 가운데 정부 정책 효과 등으로 2분기부터 긍정적으로 내다본 듯 하다"며 "그러나 그 모멘텀이 매분기 1%대 성장으로 이어질 만큼 오래갈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경기회복의 핵심 요소인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역시 부진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를 유지하겠다고 한 이면에는 미국 경기를 포함해 신흥국 등 글로벌 경제 성장수준이 여전히 좋지 않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당초 예상보다 미미할 것으로 보고 최근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에서 3.1%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신흥국인 중국, 인도, 브라질 등의 성장률을 줄줄이 내려 올해 신흥국 평균 성장률을 5.3%에서 5%로 낮췄다.

한은이 내놓은 경상수지 흑자 규모 전망 또한 논란거리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사상최대 수준인 53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4월 전망치(330억달러)보다 200억달러나 확대 추정한 것인데, 한은은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 영향과 중국의 성장률 호조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김대형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한은이 한국의 대외거래 의존도 1위인 중국 경제의 향후 상황에 대해 너무 낙관적으로 본 것 같다"며 "한은이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을 기존 8.2%에서 8.0%로 소폭 내린 반면 IMF는 8.3%에서 7.7%로 대폭 조정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低) 타격이 하반기부터 본격화 될 수 있는 만큼 수출경기 역시 녹록치 않다는 분석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설령 한은이 전망한 2.8% 성장률을 달성하더라도 이는 수치상의 달성일 뿐"이라며 "민간소비 등 내수가 안 좋은 상황에서 국민이 느끼는 체감 경기와는 괴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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