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이 최우선"…대기업 '탈스펙' 채용문화 확산
"열정이 최우선"…대기업 '탈스펙' 채용문화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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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는 기본 '오디션' 채용도 도입

[서울파이낸스 임현수기자] #최모씨(남, 27세) "10만원의 비용으로 106일 동안 세계 14개국을 여행하며 유럽 각국의 근대 미술에 대해 몸소 체험하면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모씨(남, 26세) "와플과 핫도그를 결합한 ‘What Dog'으로 길거리 장사에 나섰다가 실패했어요. 하지만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메뉴를 개발 중이에요"

대기업들의 채용문화가 변하고 있다. 학점과 토익점수 등 소위 '스펙' 등을 살펴보는 것에서 지원자의 남다른 열정과 역량을 찾기 위한 시도들이 줄을 잇고 있다.

우선 기존 채용방식에서 탈피, 오디션 형식으로 인재를 뽑는 SK그룹의 'SK 바이킹 챌린지 예선 오디션'이 주목을 끌고 있다. 구직자들은 면접관 앞에서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설명하며 오디션 형식을 통해 취업 기회를 잡는다.

올해 4월 열린 오디션에서는 10만원으로 세계 14개국을 106일 동안 무전여행한 지원자, 자신이 디자인한 시계로 1인 창업에 도전한 지원자 등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들이 대거 지원하며 이목이 집중됐다.

현대자동차도 채용박람회에서 5분 자기소개 합격자에게 서류전형을 면제시켰고 KT 역시 올해 '올레 오디션'이라는 새로운 채용방식을 도입해 5분 자기 소개를 통과한 지원자에게 서류전형을 면제해줬다.

LG그룹은 해외탐방 프로그램인 'LG글로벌 챌린저'를 통해 스펙과 상관없이 대학생들의 해외 탐방보고서 심사와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대상과 최우수상을 받은 수상자들에게 입사자격을 부여해오고 있다.

포스코는 도전정신, 창의성, 글로벌 경험 등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스토리를 기술한 에세이를 제출하게 해 지원자의 열정과 잠재력을 가늠한다.

학벌, 성별, 출신지역 등에서의 차별을 차단하고 학점, 토익점수, 해외연수경험 등의 '스펙'을 배제한 선발도 늘고 있다.

삼성그룹은 어학 점수나 학점 등으로 지원자를 1차로 가려내는 일반적인 서류전형과 달리 기본자격을 갖춘 모두에게 직무적성검사를 응시할 수 있게 했다.

현대자동차는 자기소개서에서 지원자 사진, 부모님 주소, 제2외국어 능력, 해외연수 경험 등을 배제하고 1차 면접에서도 연고 관계 개입을 막기 위해 100%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포스코도 인턴 채용에서 '탈스펙' 전형을 새로 만들어 지원 서류에 학력, 출신학교, 학점, 사진 기재란을 삭제했다.

이밖에도 CJ그룹은 서류전형 지원 시 학력 및 사진 등을 제외하고 있으며, 효성그룹도 수험표와 이름을 제외한 학력·출신 지역·전공 등의 정보를 배제한 '블라인드 면접'을 시행하고 있다.

이용우 전경련 사회본부장은 "이번 조사 결과는 열정과 잠재력을 가진 능력중심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기업들의 채용 문화에 변화가 있음을 잘 보여준다"며 "구직자들도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기울이고, 천편일률적 스펙 쌓기보다 자신만의 장점과 열정을 스토리化하여 부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전경련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 준비 또는 스펙을 쌓기 위해 대학을 4년 만에 정상적으로 졸업하지 못하는 구직자가 전체 59.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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