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마트 금융'의 묘연한(?)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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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종용기자] 경기 불황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은행들이 너도나도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내년부터 점포 규모와 직원수를 줄이고 비대면 채널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인력 재배치에 대한 고민이 역력하다. 지난 분기 수익이 작년보다 30%나 쪼그라드는 등 수익성 방어를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이에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금융시장 트렌드로 '스마트브랜치'가 각광을 받고 있다. 스마트브랜치는 IT기기를 활용해 고객이 직접 신청서를 작성하며 스스로 계좌계설, 카드 발급, 인터넷뱅킹 신청 등을 할 수 있는 소규모 은행 창구다.

스마트브랜치는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영업점 규모를 낮춰 운영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작년부터 은행들은 다양한 콘셉트로 스마트브랜치를 경쟁적으로 선보이며 고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스마트브랜치가 어느 정도 기존 영업 채널을 대체할 수 있을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금융거래의 경우 신뢰성과 안정성이 최우선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스마트뱅킹을 기존 영업채널의 보완재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또한 스마트뱅킹을 이용하는 대다수 고객들이 젊은층이라는 점에서 은행 입장에서 '비용'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화상회의시스템, 터치스크린 등 첨단 제품을 잔뜩 모아놨지만 실용성 측면에서 기대이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은행 이미지 제고를 위한 '광고 선전물'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혹평은 물론, 스마트브랜치가 특정 CEO의 임기와 운명을 함께 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처럼 스마트 브랜치에 대한 비관적 전망은 IT기술과 보안, 고객들의 인식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시장에서 경험했듯 '스마트 금융'은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임은 분명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스마트뱅킹 등록 고객 수가 2000만명을 육박하고 있다. 국민 5명가운데 2명이 이용하는 셈으로 여타 국가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단순 마케팅 효과에서 벗어나 스마트 금융의 최적화된 모델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배가된다면, 글로벌 금융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는 '스마트한' 국내은행이 탄생하는 일은 결코 묘연하기만 한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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