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세계 속의 역사 인식
변화하는 세계 속의 역사 인식
  • 홍승희
  • 승인 2005.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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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가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위안화 평가절상을 둘러싸고 각국이 저마다의 이해득실을 저울질하기 바쁘다.

국내에서도 국가 전체로서의 전망과는 별개로 저마다의 입장에 따라 다른 결과 예측들이 나오고 있다. 같은 수출 분야라 해도 품목에 따라 다른 전망이 나온다.

어느 나라보다 앞장서서 위안화 평가 절상을 압박해온 미국 내에서조차 꼭 미국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미국은 마치 골목길 불량배들처럼 빈약한 논리로 다른 나라들에게 경제적 압력을 행사하며 미국의 이익을 끌어내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그처럼 난폭하기 그지없는 경제적 압력이 결과적으로 미국의 일시적 숨통은 터줄지 모르지만 끝내 스스로를 회복 불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점은 미국 밖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되고 전망돼 온 일이다.

이미 빚내서 호화 파티를 벌이는 미국 경제가 언젠가는 결국 한계를 맞을 것이고 다만 언제 그 끝을 보일지가 관심사항일 뿐이다.

이런 와중에 서로의 경제적 이해 조율에 매달려도 시원찮을 동북아 3국은 역사문제를 둘러싼 정부간 갈등이 점점 더 골이 깊어지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 현대사 문제에 대한 공통 인식을 끌어내기 위한 대체교과서 작업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지만 정부간 관계에서는 계속 새로운 문제들을 만들어내며 진전없는 공방이 되풀이되고 있다.

일본은 일본대로, 중국은 중국대로 한반도의 미래 상황을 내다보며 포석 깔기에 여념이 없다.

그 일환으로 일본은 독도 문제를, 중국은 만주 역사를 건드려 한국인들을 자극하고 있다.

한국인들 입장에서는 가만히 앉아있다 벼락맞는 기분이 드는 일이고 분기탱천할 일임이 분명하다.

예전같으면 경제적 관계를 전면에 내세운 자제 운운하는 소리들이 매스컴에 범람했을 터이지만 요즘은 그런 소리들이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 탓인지 요근래 국내 서점가에선 역사 속의 우리 영웅들을 되살려내기에 분주하다.

이순신 장군이나 장보고 장군이 책 속에 되살아나고 TV드라마로도 성공하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는 광개토대왕에 환호하는 젊은이들의 손길이 바쁘다.

전투적 지도력으로서 뿐만 아니라 경제적 리더십으로도 되살아나고 있다.

그런 분위기 속에는 2002년 월드컵 당시 보여줬던 젊은 세대의 우리 역사에 대한 자신감도 깃들어 있어 보기 좋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의 역사 인식은 조선조 5백년간 심어놓은 사대주의 사관과 일제가 늘어놓은 식민반도사관의 그늘에서 별로 벗어나 있지 못하다.

동북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각 시대마다 끊임없이 왜곡을 도모해온 중국과 일본의 집념어린 시도가 있었지만 우리는 그런 저들의 의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이 마련해놓은 여러 함정과 장치들에 종종 발목잡혀 그들 시각에서 기술된 역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강단사학의 주류들을 흔히 만나게 된다.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오랜 옛날의 역사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물을 수도 있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없는 그런 일에 정신 팔 새가 어디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으니 문제다.

첫째는 저들의 왜곡이 결국은 우리의 영토주권에까지 호시탐탐 넘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최근의 사태들이 그 옛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둘째는 문화 컨텐츠가 곧 국력의 밑거름이 될 21세기에 우리의 숱한 역사적 자산들을 우리 스스로 못 알아볼 위험성이 매우 크다는 점 때문에 소홀히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요즘 병역기피용 국적포기자들 문제로 시끄럽지만 그런 문제를 어떻게 보고 대처하느냐에도 우리의 역사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뿐만 아니다. 요즘 이민 문제가 과거와 달리 일방적인 내국인의 해외 이주 형태에서 이제는 외국인의 국내 이주를 포함하는 쌍방향적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변화를 대할 때 우리 역사 속에서 이런 경험들이 있었는지, 그 때는 그런 문제들이 어떻게 진행되어 우리의 역사가 되었는지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 경험의 전승은 우리의 미래를 바꿀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

역사적 경험이 일천한 미국이 그들의 힘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우리는 보고 있다.

경제도 정치도 외교도 역사 속에서 자양분을 얻을 때 건강해짐을 우리는 너무 오래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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