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기업들, 대출보다 채권발행 선호…배경은?
유럽기업들, 대출보다 채권발행 선호…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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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한수연기자] 유럽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은행대출보다 채권발행에 의존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2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 들어 유럽기업(신용평가 대상 기업 기준)들의 자금조달 방법으로 채권발행(51%)이 은행대출(49%)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유럽기업들의 자금조달에서 대출과 채권발행 비중이 7대 3으로 유지됐던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사실 유럽기업들이 은행대출보다 채권발행을 선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2009년 초에도 이같은 현상은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유럽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증가는 유럽은행들의 대출 제한과 맞물려 있다. 실제 올 들어 남유럽의 국채 익스포져(노출액)와 신용등급 강등으로 조달비용이 증가하면서 대출운용 시 유럽은행들의 은행 마진은 축소됐다. 여기에 유럽은행감독청(EBA)의 핵심 자기자본비율 (core Tier 1 Capital ratio)9% 권고 등 자본 규제가 강화되면서 유럽은행들은 자본금을 보강하거나 자산(대출)을 축소할 필요성이 커졌다.

은행 대출금리가 은행의 마진 축소로 하락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채권금리는 크게 하락했다. 유동성 증가가 낳은 현상이다.

우량기업의 채권이 국채보다 안전하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그리스 국채 채무가 재조정 되고,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채는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우량기업 채권을 국채보다 안전한 것으로 평가하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은 최근 회사채 투자기관들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실제 기존 회사채 투자기관들이 자산운용사, 투자은행에 그쳤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연금, 보험사, 중앙은행, 기업으로 투자기관들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현재 유럽기업들의 채권발행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며 "올해를 Disintermediation(탈간접금융화)의 과도기"라고 밝힌 바 있다. 탈간접금융화란, 대출 등 간접금융보다 주식, 채권발행 등 직접금융을 통해 조달하는 것을 뜻한다.
 
윤인구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대출대비 채권발행이 증가하는 현상은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등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확대에도 자금이 '은행→기업→경기'로 흘러가지 않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이 현상이 장기간에 걸쳐 나타날 경우 회사채의 고평가 논란이 확대될 수 있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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