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설익은 가계부채 대선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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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종용기자] 유력 대선후보들이 경쟁적으로 금융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라는 큰 틀에서 대동소이 하지만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대책에서만큼은 일부 견해차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후보들의 공약은 공통적으로 실효성이나 현실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가계부채 공약의 골자는 '대출 상환부담 완화'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이자제한법상 최고 금리 상한선을 30%에서 25%로 낮추겠다는 '피에타 3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행 이자제한법상 예외가 적용되는 대부업의 최고금리도 39%에서 14%포인트나 낮추겠다는 것. 그러나 대출 문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저신용층은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2조원 규모의 '진심 새출발 펀드' 조성을 핵심으로 하는 가계부채 대책을 제시했다. 부양가족이 있는 파산 가구주에게 일부 임대보증금을 제공하고, 재활 훈련비를 지원하는 데 쓰인다는 설명. 하지만 실질적인 가계소득 증대에 중점을 두고 있지 않아 근본적인 대책으로 볼 수 없다는 시각이 많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가계부채 해결에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소유한 집의 일부를 공공기관에 매각하고, 이를 대출금 상환에 활용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 하지만 이 역시 은행과 개인 사이에 형성된 채무 관계인데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느냐는 논란의 여지가 남는다. 공적자금을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형평성, 효율성 등의 문제도 유발할 수 있다.

이처럼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은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하지만 무턱대고 내놓은 인기영합주의적 대책은 추후 더욱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각 당 후보들은 카드사 연체 이율을 낮추고, 신용불량자를 위한 신용회복 대책을 경쟁적으로 마련했으나, 결국 당시 250만명이었던 신용불량자는 2004년 400만명으로 급증하기도 했다.

금융시장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도덕적 해이를 양산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지 보다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함께 후보들은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면 자금을 어디서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대출금리를 내린다면 손실분은 어떤 형태로 충당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안 마련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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