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산만 87%…'반쪽짜리' 금융지주
은행 자산만 87%…'반쪽짜리' 금융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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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우리금융, 90% 상회…수익구조 쏠림현상도 심화

[서울파이낸스 서미선기자]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겸업'이라는 설립취지를 살리지 못한채 은행업무에만 지나치게 치중해 '반쪽짜리'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재벌·최고경영자(CEO) 경영성적 분석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7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국내 5대 금융지주(KB·우리·신한·하나·농협)의 총자산에서 은행자산비중은 평균 87%에 달했다.

가장 높은 곳은 KB금융(92.9%)이고, 이어 우리금융 90.7%, 하나금융 90.0%, 신한금융 83.0%, 농협금융 81.3% 등 순이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01년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취지로 예금·대출업무를 주로 하는 은행업무와 카드·보험·증권 등 투자업을 겸업하는 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하고 대형화를 유도한 바 있다.

하지만 지주사들은 다양한 계열사를 산하에 두고서도 최근 5년간 은행 의존도를 거의 낮추지 못했다. 실제 이 기간 5대 금융지주는 계열사를 52개에서 153개로 3배 가까이 늘렸지만 총자산은 1005조원에서 1530조원으로 52% 가량 늘리는 데 그쳤다.

지주사별로는 하나금융의 계열사 수가 5개에서 37개로, 자산은 119조원에서 291조원으로 증가했으며, 우리금융 계열사는 22개에서 68개로, 자산은 236조원에서 363조원으로 늘었다. 신한금융의 경우 계열사 수가 12개에서 30개로 증가했고, 자산은 217조원에서 321조원으로 늘었다.

KB금융도 계열사 수가 13개에서 18개로, 자산이 284조원에서 308조원으로 증가했다. 지난 3월 지주회사로 출범한 농협금융은 현재 계열사 수 14개, 자산 248조원이다.

문제는 은행 중심의 수익구조가 갈수록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실적을 보면 순이익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90% 안팎에 이른다. 여기에 비은행 계열사에 대한 정부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비은행 부문의 수익기여도가 축소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비은행 수익 비중이 높았던 신한지주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신한지주의 비은행 부문 순이익 기여도는 지난 2009년 60%를 기록했으나 이후 2010년 45.8%, 2011년 37.5%, 지난 1분기 36.8%로 축소됐다.

이와관련 일각에서는 금융지주사들의 중장기 전략 부재가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려면 보수적 은행문화를 극복하고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등 자구책이 필요하다"며 "CEO 임기가 2~3년으로 장기 비전을 수립하기 어려운데다 정권 교체기마다 CEO 리스크가 대두되는 것도 비은행 부문 성장이 부진한 이유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한편, 미국 씨티은행 등 장기간 겸업 업무를 해온 외국 금융지주사들은 은행과 비은행의 수익비율이 약 55대 45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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