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 "전산망 통합은 '울며 겨자먹기'"
저축은행들 "전산망 통합은 '울며 겨자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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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강현창기자]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중앙회 전산망 통합을 강행하면서 이미 시스템 구축에 나선 일부 저축은행들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9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체 저축은행 93곳 중 30개 저축은행은 중앙회 공동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개별시스템을 사용 중이다. 나머지 63개 저축은행은 중앙회 시스템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저축은행 부실경영을 막겠다는 목적으로 시스템 통합을 추진 중이다. 최근 금감원은 통합 전산망에 가입해 있지 않던 30개 저축은행들의 가입동의를 받아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저축은행들의 동의는 '울며 겨자먹기'였다는 게 저축은행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미 투자한 자금에 대한 보상없이 사업을 접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대형 저축은행은 이미 막대한 비용을 전산망 구축에 사용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부터 약 200억원을 투입해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 중이며 신라저축은행도 1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주사 계열 저축은행들에 대해서는 통합망 가입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던 부분도 형평성 논란에 휘말리면서 상당부분 철회됐다. KB·신한·BS저축은행 등 지주사 계열 저축은행들도 저축은행중앙회 시스템에 계정을 통합키로 하면서 추진 중인 사업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저축은행들이 통합 전산시스템 대신 추가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별도의 전산망을 갖추려 한것은 경쟁력 확보 때문이다. 지난해 중앙회 전산망에 가입한 일부 저축은행이 스마트폰 용 앱 개발을 하려다 중앙회 시스템 미흡 등으로 사업을 포기한 전례가 있는 등 통합전산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또, 상품 개발부터 계정관리, 여·수신고 관리 등을 모두 통합망을 통해 해야 한다는 점도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저축은행들로서는 껄끄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금감원의 입장은 단호하다. 통합 전산망을 이용하게 되면 개별 저축은행의 계좌 조작이 불가능해져 불법 대출 등에 대한 사전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 또 최근 대형저축은행들의 잇따른 퇴출로 경영이 어려워진 중앙회의 운영여력 확보도 통합망 추진의 명분이 되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실저축은행 사태 이후 업계가 당국의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힘든 상태가 되버렸다"며 "이미 투자된 자금이 아깝기는 하지만 일단은 당국의 지휘에 따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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