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석동·강만수의 성급한 '대공황' 발언
[기자수첩] 김석동·강만수의 성급한 '대공황'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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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종용기자] 5일 오전 산은금융지주 여의도 본점 기자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예정에 없던 임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임시 간담회는 강 회장의 최근 해외출장 일정과도 관련이 있다. 지난 주 강 회장은 중동, 아프리카 해외출장을 다녀왔으며, 이날 간담회도 해외 투자시장을 둘러 본 소회를 전하기 위한 자리라고 산은측은 설명했다.

이날 강 회장은 "현재 세계경제 위기는 대공황보다 더 심각하다"며 "문제 해결이 너무 어려워 위기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공황 때는 제조업 펀더멘털에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지금은 펀더멘털과 구조적인 글로벌 불균형이 문제라 경제가 10년 이상 어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증시에 대해서도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작년에 대우증권(산은지주 자회사)은 종합주가지수가 2500포인트까지 간다고 했지만, 나는 결국 1700포인트까지 떨어질테니 팔아야할 주식은 팔라고 했다"며 당시를 소회했다.

경기에 대한 암울한 전망도 가감없이 쏟아냈다. "올해 경기가 다들 '상저하고'라고 할때 나는 계속해서 '점저'(점점더 아래로 내려간다)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 날 강 회장의 발언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전직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으로서 세계 경제에 대한 솔직한(?)  평가라는 시각도 있지만, 전날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대공황' 발언에 대한 지원사격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국내 대형 금융지주사, 그것도 국책은행 수장이 '대공황'이라는 단어를 서슴없이 내뱉은 것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1929년 발생한 대공황은 세계 금융시장에서도 유례없는 혼란기로 미국 증시가 90% 가까이 폭락한 '재앙'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대공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세계 각국의 공조가 이를 막아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위기를 극복한 모범사례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계 수장들의 '대공황' 발언은 결코 국내 금융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 국내 증시가 급락하는 등 유럽발 재정위기가 재차 고개를 드는 시점이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국내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 위기의 여파를 최소화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특히 국내 금융시장의 경우 여타 어느 나라보다 대외 악재에 따른 부침현상이 극심하다.

물론 금융계 수장들의 이번 '대공황' 발언은 유럽 재정위기의 심각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금융기관이 위기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굳이 '대공황' 발언이 아니더라도 이들 수장들의 영향력(?)이라면 얼마든지 정책적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더욱이 강 회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직설적인 화법으로 수차례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소위 'MB맨'으로 알려져 있는 금융계 수장들의 이같은 공포 분위기 조성이 정권말 어수선한 대선정국과 오버랩 된다는 일각의 의혹어린 시선도 무리는 아닐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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