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중위권 은행 경쟁구도…올 초 성적표는?
'기묘한' 중위권 은행 경쟁구도…올 초 성적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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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당기순익 기업>외환>하나 順

[서울파이낸스 이종용 서미선기자] 은행권 1분기 실적발표가 시작된 가운데 상위권 진입을 노리는 시중은행들의 성적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은행권 4·5·6위인 기업은행(1조4401억원), 하나은행(1조2118억원), 외환은행(1조554억원)의 1분기 실적은 희비가 갈렸다.

특히 하나·외환은행은 동일 모회사(하나금융지주) 아래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하며, 기업은행은 전직 행장이 수장으로 있는 외환은행과 맞붙게 돼 눈길을 끌고 있다. 

◇하나銀 1분기 실적, 외환銀 밑돌아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1조3203억원의 1분기 당기순익을 발표했다. 이는 전년보다 248%, 전분기보다 790% 급증한 수치다. 이같은 실적 성장은 외환은행 재무제표가 2월부터 하나금융에 연결된 데 따른 것이다.

이중 하나은행의 1분기 실적은 전년동기보다 35% 줄었으며, 전분기보다는 65% 가량 증가한 2807억원이다. 이는 전날 실적을 발표한 외환은행보다 300억가량 못 미치는 수치다. 기업은행 1분기 실적보다도 1000억원 이상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발표한 외환은행은 1분기 당기순이익은 3139억원으로 전년 동기 1986억 대비 58.1%, 전 분기 2069억원 대비 51.7% 증가했다. 하이닉스 매각 이익 1331억원도 실적에 반영됐다.

올 초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이 외환의 독립경영을 보장하면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겠다고 밝혔으나, 하나와 외환은행 측은 경쟁이라는 자체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김종준 하나은행장도 최근 외환은행과의 경쟁관계에 대해 "외환은행과 고객을 뺏고 빼앗는 그런 경쟁관계가 아닌, 도움이 되는 상품을 서로 주고 받는 것을 롤모델로 한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은행 계열사 CEO 임기를 당초 1년씩 단축하면서 하나와 외환은행장 둘은 똑같이 앞으로 2년 임기를 받았다. 두 은행장은 조직안정은 물론 실적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윤 행장 취임 후 영업력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과 인사발령이 단행됐고, 신규고객 유치를 위한 대고객 마케팅이 전행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1분기 이후에도 본격적인 영업력 회복에 따라 양호한 실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기업銀 1분기 선방...외환銀 웃돌아

기업과 외환은행의 1분기 실적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거 기업은행에서 은행장과 수석부행장으로 한솥밥을 먹었으며, 현재는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자존심 경쟁을 펼치는 윤용로 현 외환은행장과 조준희 기업은행장의 대결구도도 관심사다. 

내달초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기업은행의 1분기 당기순익 예상치는 4042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는 21.2% 감소했지만 전분기(367억원) 당기순익보다는 869% 증가한 수치다.

대략 4000억원에 육박하는 기업은행의 1분기 실적은 외환은행보다 1000억원 가까이 웃돈다. 아직 취임 초지만 윤용로 전 기업은행장이 외환은행을 맡으면서 영업에 타격이 있지 않겠냐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수준이다.

표면적으로는 기업과 외환은행은 전현직 기업은행장의 경쟁구도를 부인하고 있다. 윤 행장도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금융에 강점을 가진 좋은 은행"이라며 "그러나 외환은행은 같은 중소기업 대출을 해도 외국환 분야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차별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하나금융 내에서 하나은행이 개인금융을, 외환은행이 기업금융을 담당한 만큼 2분기부터는 기업과 외환은행이 중소기업금융 시장에서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외환은행은 외환 업무에 차별화된 전략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윤 행장은 "중소기업대출의 경우 (론스타가 대주주로 있던) 그간 시장점유율이 줄어들었다"며 "수출입 부문의 외국환과 관련한 서비스를 늘려 중소기업금융 부문의 시장 점유율도 회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업은행 측도 창구조달예금을 적극적으로 높여 중소기업 중심 기업금융에 올인하겠다는 포부다. 중소기업금융채권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조달금리가 높아지는 문제를 조달예금을 늘려 해결하고 수익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 창립 51주년 기념일인 오는 8월까지 창구조달예금 100조원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며 "현재 98조원대로 개인뿐 아니라 기업에게도 창구조달예금을 받을 수 있어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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