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퇴직연금연구소, '토사구팽'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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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줄자 조직 축소…연구소, '낙동강 오리알' 전락

[서울파이낸스 양종곤기자] 고령화시대를 맞아 금융사들이 너도 나도 퇴직연금 관련 연구소를 설립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 상당수 증권사는 오히려 관련 부서를 축소하고 있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퇴직연금 관련 연구소는 대형사를 중심으로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총 5곳이 설립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05년 업계최초로 퇴직연금연구소를 설립했으며, 한국투자증권 역시 지난 2008년 6월 연구소를 출범시켰다.  동양증권도 지난 2009년 7월 연구소 설립에 동참했다.

이후 지난해 9월에는 우리투자증권이 '100세 시대 연구소'를 설립한 후 WM사업부 대표 직속으로 편재하며 역량 강화에 나섰으며, 삼성증권도 그해 12월 기존 프라이빗뱅킹 연구소를 은퇴설계연구소로 확대개편했다.

최근에는 KDB대우증권 미래설계연구소는 '글로벌 위기 이후 달라진 미래설계'라는 내용의 첫 보고서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기능 수행에 돌입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퇴직연금 시장이 증권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인식된 데 따른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퇴직연금 시장은 50조원이며 2020년에는 2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불모지로 여겨지는 IRP(개인형퇴직연금제) 시장만하더라도 오는 2020년 최소 30조원에서 최대 80조원의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증권사의 연간 직접적 추가 수익은 420억원~1160억원으로 추산된다. 현재 이 시장의 증권사 점유율은 고작 4% 내외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들은 오히려 퇴직연금 부서를 줄이고 있다. 지난해 11월말 신한금융투자는 퇴직연금본부를 법인영업본부와 합쳤다. 홀세일 부문의 영업 효율성 제고가 이유였다.

그해 미래에셋증권도 퇴직연금조직을 크게 축소했다. 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사업단을 RM(영업)부서로 바꾸고 속했던 9개 본부를 은퇴자산추진본부로 합쳤다. 이와 함께 퇴직연금컨설팅 11곳도 폐쇄했다.

동양증권도 최근 관련부서 인력을 감축했고 교보증권은 아예 퇴직연금 사업에서 '손'을 뗐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퇴직연금 유치가 막바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 연금 유치를 위해 뽑은 영업인력을 줄이고 운용인력만 남기는 작업에 들어갔다는 것. 이와함께 은행과 보험사에 밀려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소는 "애초부터 연구소가 운용부서와 시너지를 내기 힘들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며 "퇴직연금 연구소의 기능 자체를 대기업이 요구하는 제안서를 맞추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한 곳도 있었던 만큼 철수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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