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이냐, 주주이익이냐"…기업銀 '갈팡질팡'
"공공성이냐, 주주이익이냐"…기업銀 '갈팡질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출금리 인하 여파 '일파만파'

[서울파이낸스 서미선기자] "기업은행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입니다. 아직도 기업만 거래하는 은행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기업은행 광고 일부)

"대출금리를 한자리대로 인하하면 기업은행은 금리, 수수료, 연체이자 모두에서 업계 최저 수준이 된다" (지난달 7일 조준희 행장 기자간담회) 

기업은행이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모습이다. 사실상 시중은행과 경쟁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인고객 유치에 적극 나서는 한편 증권시장과의 교감의 폭을 넓혀가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익훼손까지 불사하며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에 적극 화답하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1만3000원대였던 기업은행 주가는 줄곧 내림세를 기록하며 이날 1만1300원에 마감했다. 

이는 최근 기업은행이 올해 경영전략을 '중소기업 지원'에 맞추면서 이익훼손 우려가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이와관련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지난해말 "임기내 중소기업 대출 금리를 한자리대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으며, 곧바로 중기 대출금리를 최고 2%포인트 대폭 인하했다.

기업은행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심화되자 결국 기업은행은 지난 3일 공시를 통해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하(2000억) 및 저당권 설정비 은행 부담, 제수수료 인하 및 감면, 중소기업 무료컨설팅 등(20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약 4000억원의 순이익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증권사들도 이날 공시에 기초해 기업은행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쏟아냈다.

토러스증권은 기업은행의 순익전망치를 기존 전망치 1조8000억원에서 24% 하락한 1조4000억원으로 내렸으며, 이트레이드증권은 기업은행의 올해 순이익을 최소 1조4000억원으로 추정했다. 기존 시장 전망인 1조7500억원 대비 월등히 낮은 수준이다.

이에 조준희 행장은 4일 "개인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순익 감소에 따른 주가 하락을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증권가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기업은행의 대출금리 인하 여파에 대해 '예견된 사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사이에서 적절한 경영전략을 구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책은행'이라는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가하락으로 피해를 입게 된 투자자들 역시 기업은행의 경영전략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길거리점포를 설치하고, 친근한 광고모델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시중은행과의 경쟁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원점(국책은행)'으로 되돌아간 것 아니냐는 것.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시장논리에 의해 조정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업은행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로 여타 경쟁사들까지 피해를 입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도 "이는 결국 국책은행의 한계로 요약된다"면서 "기업은행의 대출금리 인하는 주주나 투자자들에게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기보다는 공공성을 우선으로 하겠다는 입장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