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육과 국제금융사기
경제교육과 국제금융사기
  • 홍승희
  • 승인 2005.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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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프리카발 국제금융사기가 기승을 부린다는 소식이 들린다. 나이지리아발로 처음 시작된 한국인 상대 국제금융사기가 이제 남아공, 짐바브웨 등지로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외교통상부에서는 홈페이지에 사기유형과 피해대책 등을 게재하고 낯모르는 인사로부터 투자 관련 e-메일을 받으면 반드시 이를 참고해보도록 당부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아프리카발 국제금융사기의 유형을 보면 거액의 비자금 인출을 도와주면 고율의 수수료를 주겠다는 제안 등 대체로 이쪽의 불법 동참을 전제로 유혹하고 있다.

대개의 사기사건이 보도된 내용만 얼핏 봐서는 어떻게 저런 말에 속을까 싶지만 그럼에도 사기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아마도 이처럼 사소한 불법 쯤 눈감으면 큰 이익이 생긴다는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도덕불감증, 불법에의 용인 심리가 잠재돼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실상 나이지리아는 기업들이 아프리카에 진출하기 위해 거쳐가야 하는 관문 구실을 하는 나라다. 70년대에 이미 나이지리아를 통해 한국의 섬유류 제품 등의 대 아프리카 수출이 이루어졌다.

현재도 여전히 나이지리아는 가전제품 등 내구소비재나 각종 생활소모품의 아프리카 시장 진입을 위한 주요 관문으로 기능하고 있다.

따라서 나이지리아에는 정상적인 수출입업자 못지않게 다양한 유형의 사기범들도 몰려들어 있다. 이미 70년대에 수입업자라며 다량 수입할 듯 하고는 공짜로 샘플만 받아 팔아치우는 샘플 장사들이 나타났던 곳이기도 하다.

아프리카에서 상대적으로 앞선 나이지리아의 무역 경험을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이 배우는 과정에서 이같은 각종 경제범죄의 유형도 함께 퍼져나가고 있는 모양이다.

이런 국제금융사기에 유독 한국인들이 잘 걸려드는 이유는 그동안 한국이 갑작스럽게 부자나라가 되면서 사기꾼들의 관심을 끌게 된 탓도 있겠지만 국제금융거래의 경험이 별반 없는 개인들이 겁없이 해외투자에 나서게 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갑작스러운 부의 축적 과정에서 과도한 불로소득이나 웬만한 불법은 당연시하는 경향이 우리 안에 내재돼 있다보니 국내에서도 그렇듯 사소한 불법에 둔감해 사기에 잘 걸려드는 게 아닌가 싶다.

몇 년전 국제 마약조직의 운반책으로 걸려들었던 한 여대생의 사례에서 보면 단순한 물품 전달의 대가로는 과도한 대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의심없이 응했다가 큰 범죄에 연루된 듯 싶어 안타까움을 더하게 했었다.

합당한 대가가 아니면 일단 의심해보는 당연한 경제의식이 결여된 결과 돌이킬 수 없는 범죄자의 이력을 뒤집어 쓰게 된 것이다.

이는 요즘 우리사회에 많은 젊은이들이 신용불량자로 몰린 상황과도 서로 연관이 깊다.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출줄 아는 것이야말로 경제생활의 첫걸음인데 수입도 없는 젊은이들이 당장 현금없이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는 유혹에 감당할 수 없는 지출을 하다 그같은 상황에 빠졌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과연 젊은이들에게 무엇을 교육했는지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대가없는 상품 없고 노력없이는 특혜도 누릴 수 없음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결과였다.

인간이 교육을 하는 것은 사회 속에서 제대로 상황에 적응하고 잘 살아가게 하자는 것인데 교육이 그같은 교육의 기본 목적은 잊은채 단순히 출발신호에 맞춰 뛰어서 이기는 경쟁에만 열광한 탓이다.

생활교육이 첫 걸음도 떼지 못한채 무엇을, 왜 이겨야 하는지도 모르는 경쟁에 내몰린 젊은이들이 그처럼 많아진 것에 대해서는 결국 그들을 기르고 가르친 어른들의 책임이 무겁다.

아이들의 과도한 욕심에도 대가없이 다 요구대로 줘버리는 부모들이 훗날 욕망에 무절제하게 끌려가는 젊은이들을 길러낸 셈이다.

근래 신용불량자 양산과 관련해서 경제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기업들은 시장경제를 신봉하게 교육하길 기대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시장경제를 복잡하게 가르치기 이전에 가장 기초적인 교환의 원칙, 균형 의식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시장경제도 결국은 그같은 기초 위에 세워지는 것이 아닌가.

경제는 정당한 교환 행위로부터 시작되며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추는 데서 안정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다.

그런 균형 의식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한 투명한 사회로 발전해 나갈 수도 없고 사회 속의 여러 부문, 계층간 관계 역시 제대로 평화롭고 성숙한 관계로 발전하기 어렵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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