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W 사업 철수"…벼랑끝 외국계증권사
"ELW 사업 철수"…벼랑끝 외국계증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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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로 수익성 '빨간불'

[서울파이낸스 양종곤기자] 금융당국의 주식워런트증권(ELW) 규제가 외국계 증권사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일부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ELW사업 철수까지 검토 중이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파생상품 시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잇따르자 일부 외국계 증권사들이 한국시장에서의 ELW 사업 철수를 고민하고 있다.

그동안 외국계 증권사들은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증권사 양강구도에서도 성장속도를 높여왔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ELW 상장 종목수는 국내외 증권사 통틀어 맥쿼리 증권이 2위(916), 노무라가 8위(361)다.

하지만 ELW 열기는 예전만 못하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ELW재판과 금융당국의 규제가 잇따르면서 시장의 열기도 급격히 식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1일 발표된 금융당국의 파생상품시장 개선안에 대해서는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월 1회 ELW로 발행 횟수 제한과 LP(유동성 공급자)의 8% 호가 제출 제한이다. 금융당국은 내년 1월부터 해당 규정들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외국계 증권사들은 월 2~3회 정도 ELW를 발행 또는 신규상장하고 있다. 직접발행을 할 수 없는 외국계 증권사들의 경우 ELW를 신규 상장하고 타 증권사를 통해 발행을 한 후 LP역할을 맡는다. 이들 증권사 역시 월 1회로 발행 횟수가 제한된다.

사실 ELW 상장만으로는 수익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타 증권사에 발행을 맡기는 경우에는 오히려 발행 수수료, 발행분담금, 예탁수수료 등이 손실로 잡힌다. 이들은 헤지비용이 포함된 적정가격에 어느 정도의 이익을 더해 ELW를 매도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수익이 발생한다.

발행 횟수 제한이 수익성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는 않지만, 이들 외국계 증권사는 시장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외국계 B증권사 관계자는 "ELW를 통해 각 증권사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을 정확히 산출하기는 힘들지만 발행횟수를 제한할 경우 수익에 분명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증권사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ELW 발행이 감소할 경우 그만큼 투자자들의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

한 국내증권사 관계자는 "월 1회로 제한할 경우 발행가능한 기초자산이 줄어든다는 점이 가장 염려된다"며 "행가사격에 대한 제한으로 실제 거래량도 감소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물론 이번 규제안은 국내 증권사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외국계 증권사들의 고민이 더 큰 것은 편중된 수익구조 때문이다.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국내 증권사와 달리 브로커리지를 할 수 없어 IB, 채권 판매 등과 함께 ELW는 리테일 부문이 중요 수익원이다.

더욱이 일부 외국계 증권사는 이미 ELW시장에서 '마이너스'대 손실을 기록 중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A증권사 관계자는 "IT인프라 등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고정비용이 큰데 시장 상황도 좋지 않아 최근에는 ELW사업에서도 적자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호가제한 규제 역시 시장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국계 증권사들이 염려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증권사들은 이같은 방침이 과거 금융당국의 정책방향과 상반된다는 점에서 불만을 표하고 있다.

A증권사 관계자는 "스프레드를 8% 이내로 낼 수 없게 제한하는 것은 과거 정책방향과 맞지 않는다"며 "과거에는 스프레드를 더 좁혀야 시장 투명성이 담보된다고 주장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1차, 그후 2차 예탁금, 이번에 3차로 규제안이 나왔는데 금융당국의 의도가 시장에 통하지 않을 것이란 점은 이미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예견된 부분"이라며 "의도대로 되지 않으니 결국 극약처방을 쓴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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