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수수료 인하라는 정부의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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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지난 2007년 12월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에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를 선택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지난 4년 결과물은 고물가·고금리라는 서민들의 생활고(苦) 뿐이다.

최근 금융시장을 비롯해 유통업계 등에서는 수수료 논란이 한창이다. 지난 9월 백화점 중소가맹점 판매수수료 인하 논란에서 촉발된 수수료 인하 바람은 10월 은행들의 ATM 수수료 일괄 인하와 카드사들의 수수료 인하로 이어졌다.

10월 말에는 유관기관인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이 증권수수료를 면제했다. 11월에는 신협과 우체국이 수수료를 낮췄고, 11월 말 오랫동안 시간을 끌어왔던 백화점 및 대형마트와 홈쇼핑도 중소가맹점 수수료를 낮췄다.

심지어는 지난 8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에서 대민 행정수수료에 대한 인하 여부를 검토해 보라"는 한마디에 기획재정부가 행정수수료 원가 분석 및 인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각종 수수료 인하 행렬이 서민들의 가계사정에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본말이 전도된 느낌은 지우기 어렵다. 서민들이 체감하는 생활물가 수준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초부터 4%대를 유지해온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급기야 8월에는 5.3%까지 치솟았다. 수수료 인하 논의가 시작된 9월에도 4.3%의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11월에도 물가가 4%를 넘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런데도 물가안정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은행은 지난 6월부터 기준금리를 3.25%로 5개월 연속 동결시키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대외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이 주된 이유지만 결국 물가급등은 고스란히 가계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사정이 좋았던 지난해에 금리를 좀더 올렸어야 했다는 '실기론'도 제기된다.

기업들은 오히려 물가상승을 이유로 제품가격을 속속 올리고 있다. 통상 제품가격은 향후 원자재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기업을 위해 국민들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공정위와 금융당국의 수수료 인하 압박이 소비자들의 원성을 막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정치권까지 나서 수수료 인하를 외치면서 내년으로 다가온 총선과 대선을 위한 선심정책이라는 빈축도 나온다.

그렇다고 일련의 수수료인하 정책이 소비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일례로 거래소와 예탁원의 수수료 면제의 경우 주식투자자가 볼 수 있는 이득은 거래대금의 0.004623%이다. 주식을 1000만원 거래할 경우 462원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카드사 역시 중소가맹점 수수료를 내렸지만 대신 카드혜택을 축소해 소비자들에게 돌아간 실익은 결국 '마이너스'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어설픈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만 줄어든 꼴이 됐다.

정부가 진정으로 서민 경제를 살리고자 한다면 수수료 인하라는 국지적 대책보다 '치솟는 물가 때문에 장보기가 겁난다'는 서민들의 목소리에 좀더 귀를 기울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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