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1번지의 변화
금융 1번지의 변화
  • 김성욱
  • 승인 2005.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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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국립극장 복원 천만 서울시민 만세’

명동 중심부에 위치한 옛 대한종합금융 본점(현재 푸르덴셜투자증권, 한화증권 명동지점 입주)에는 이러한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이 건물은 과거 국립극장이 있던 장소다. 지난 2000년 문화·예술인들이 옛 국립극장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국립극장의 재 개관을 위한 노력을 펼쳤다.

그 결과 문화관광부는 대한종금 관리단과 가격 협상을 벌여 지난해 5월 400억원을 들여 매입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 건물은 일제시대에 건립돼 해방 후 시공관, 국립극장, 예술극장 등 명패를 바꿔 달면서 문화·예술의 중심 역할을 해 왔다. 그러다가 75년 대한투자금융(대한종금 전신)에 매각돼 금융사 본사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지난 99년 대한종금이 퇴출되면서 이 건물이 매물로 나왔고, 문화·예술인들이

이 건물 찾기에 나서면서 옛 문화의 명성을 다시 찾게 됐다.
이 건물은 2007년 명동 국립극장으로 다시 문을 열고 명동을 다시 문화의 중심으로 만들어 나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종금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옛 제일종금이 본사로 사용했던 건물이 있다. 이 곳은 우리나라 금융역사의 중요한 유적지라 할 수 있다. 역시 일제시대에 지어진 건물로 일제시대부터 증권거래소로 사용되었으며, 증권거래소가 지난 79년 여의도 현 위치로 이사하기 전까지 한국 직접 금융시장의 중심이었다.

거래소가 여의도에 입성하면서 이 건물은 제일종금의 본사가 됐다. 제일종금은 재일동포 상공인의 자금으로 만들어졌으며, 현재 신한은행의 모태가 된 금융기관이다. 제일종금 역시 98년 퇴출됐다.

그러나 대한종금 건물이 문화인의 노력으로 화려한 변신을 꿈꾸고 있지만, 우리나라 증권거래의 시초가 됐던 제일종금 건물에 대해서는 금융권의 그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제일종금 건물은 경매를 통해 개인에게 매각됐다. 새 주인은 한 술집 체인에 임대를 준 후 재건축을 위한 작업에 나서면서 건물주와 입주자간에 법원 고발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현재는 대부분 입주사들이 빠져나가고 명동의 흉물처럼 남아있다.

이 뿐만 아니다. IMF 전 리딩 은행이었던 상업은행, 한일은행, 서울은행 건물도 완전히 변화됐다. 상업은행은 오피스텔로, 한일은행은 백화점으로, 서울은행은 이종격투기장으로 각각 변경됐다. 또 신한은행과 합병하게 될 조흥은행 본점도 향후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통합거래소도 지난 19일 부산에서 발족했다. 다행이(?) 현 여의도 증권거래소는 제 모습을 지켜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왠지 걱정이 되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과거에 연연해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금융의 중심지였던 명동의 변화를 보면서, 특히 국립극장의 재탄생이 가시화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 금융의 역사가 명동의 뒷켠에서 쓸쓸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예술인의 단결이 강한 것인지, 구조조정에 허덕여 온 금융인들의 관심이 적은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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