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운전 중 문자, 2초만 봐도 56m 질주
[전문가 기고] 운전 중 문자, 2초만 봐도 56m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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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학 도로교통공단 대전․충남지부 교수
휴대전화가 국민 대부분이 보유하면서 업무활용 등에서 편리한 환경이 조성됐지만 통신예의는 최악이라 해도 무방해 보인다. 때와 장소를 가리 않는 휴대전화 신호음과 목청을 돋우는 통화는 단순한 소음공해나 스트레스 차원을 넘어 폭력의 수준에 이르고 있다.

특히 무분별한 휴대전화 사용은 경우에 따라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범죄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운전 중에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에는 교통의 흐름을 방해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명과 타인의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교통사고 발생가능성을 몇 배 이상 높인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의 위험성에 대한 외국의 연구결과 중에서 먼저 미국의 고속도로안전협회 조사에 따르면, 고속도로 상에서 휴대전화 사용운전자가 일반운전자보다 교통사고 발생확률이 5.59배나 높다고 밝혔고, 독일의 시사주간 <포쿠스>지는 전화통화를 하면서 운전하는 사람은 정상운전자보다 사고확률이 4배, 조향장치 조작의 실수, 급브레이크, 신호위반, 차선위반 등 안전수칙 위반확률이 30배나 높은 것으로 밝혔다.

운전 중 전화통화가 위험한 것은 “기계조작 때문만이 아니라 대화과정의 집중력 약화로 인한 주의력과 판단력 약화가 큰 원인”이라고 밝혔다.실제로 미국 노스텍사스 대학교 건강과학센터의 페르난도 윌슨 연구팀은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발표한 교통사고 원인 통계와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문자메시지 사용량 자료 등을 토대로 휴대전화 이용과 교통사고 사망자 수 간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조사 기간에(2001-2007년) 미국에서 운전을 하던 중 휴대전화 이용으로 숨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1만6000명에 달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연구팀은 2000년대 들어 급증한 문자메시지 이용을 이 같은 현상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으며,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100만명 늘어날 때마다 운전 중 휴대전화 이용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9%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했다. 윌슨 연구원은 핸즈프리만 사용해도 운전자가 집중력을 잃을 수 있는데 메일이나 애플리케이션을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은 이런 위험성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며 차량에 휴대전화 방해전파 발신기를 부착하는 등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아 서울 한 종합병원이 최근 교통사고로 병원을 찾은 환자 3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무려 31%가 본인 또는 가해자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사고가 났다고 답했다. 이렇게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이 교통사고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운전자가 전방에 나타난 위험을 인지하고 브레이크 페달을 급히 밟아 브레이크가 듣기까지의 '반응시간'은, 개인차가 있지만, 대개 1초가 걸린다. 그때 자동차는 브레이크가 작동하기까지 1초 사이를 지금까지의 속도를 유지한 채 그대로 달린다.

이 공주(空走)거리는 시속 60㎞에서 17m 이고 시속 100km/h에서도 28m에 달한다. 따라서 시속 100km/h로 주행하다가 휴대전화를 걸거나 받기 위해 또는 문자메세지를 읽거나 작성하기 위해 2∼3초만 전방주시를 태만히 해도 순식간에 56∼84m를 눈을 감고 주행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어 교통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야간운전시에는 전조등이 비추는 거리가 하향일 때 30m에 불과하기 때문에 휴대전화 사용은 치명적인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연구결과로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에 대해 규제를 하여 범칙금 6~7만원, 벌점 15점을 부과하는 벌칙을 시행하였고, 초창기만 하더라도 핸즈프리가 없어서 구입을 못할 정도로 많은 운전자들이 지켰었지만, 근래 들어 신호가 바뀌어도 한참 정지하고 있는 경우나, 다른 차의 흐름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주행하는 차를 보면, 운전자가 한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통화하는 모습임을 대부분 알 수 있다.

교통법규에 대하여 집중단속을 하면 지키고, 지나면 다시 위법을 행하는 운전행태가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는데 가장 문제가 되는 악습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단속되어 벌점이나 범칙금을 받는 것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자신과 가족 나아가 우리국민 모두의 안전을 위해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안하기, 정지선 지키기, 안전띠 매기 등 실천하기 쉬운 기본적인 법규부터 철저히 지키는 운전태도를 갖추는 것만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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