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거래소 이사장, '누구'보다 '어떻게?'
<칼럼>거래소 이사장, '누구'보다 '어떻게?'
  • 이양우
  • 승인 2004.11.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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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거래소 이사장 선임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천신만고끝에 내년 1월 통합거래소 출범을 공식화 시켜 놓고, 이제 그 수장을 뽑는 시점에 이르러 통합작업보다 더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후보추천위원회가 천거한 압축후보 3인이 모두 사퇴하는 바람에 이사장 선임이 민간 후보 재추천 방식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고 한다.

이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다시 선임절차를 밟기 시작해 내달 14일까지 후보 재추천을 할 예정인데, 그 방식을 공모로 할지, 헤드헌터사등 전문기관에 의뢰할지 여부등에 대해서는 아직 추천위가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수 있듯이 이번 통합거래소 이사장 선임과정은 한마디로 실망스럽기 짝이없다.

민간전문가를 주축으로 한 이사장후보추천위원(7명)이 3명의 유력후보를 선정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뒤부터는 납득이 안되는 일들로 얼룩지고 말았다.
최종선정절차를 남겨놓고 후보가 줄줄이 사퇴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그 배경을 놓고 온갖 억측과 설이 난무하고 있으니 말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의혹의 정점에 청와대 개입설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칙적으로 거래소이사장 선임은 주총사항으로 청와대와 무관한데도...

청와대가 내심 낙점했던 인물이 3명의 후보군에서 탈락하자 직간접적으로 압력을 행사해 제동을 걸었고, 이 과정에서 자의든 타의든 유력후보가 사퇴하게 되면서 모든 일정이 엉클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여기서 전자는 한이헌 전청와대 경제수석이고, 후자는 정건용 전산업은행총재라고 한다.

물론, 속시원한 답은 없고 정황논리에 의한 추론만 있을 뿐이다.
추천위원들의 의견도 외부압력이 있었느니 없었느니 엇갈린다.

사태전말을 간단히 압축한다면, 열쇠는 돌연 사퇴를 결정한 정건용씨에 달려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알려진 데다 타후보들의 연이은 사퇴의 시발점이 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가 과연 청와대등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사퇴압력을 받았는지, 아니면, 이 헌재부총리가 26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자진용퇴인지가 분명해 져야한다.

이부총리는 이날 정건용씨는 모양새가 나쁘다고 본인이 생각한 것 같다며 가봤자 축복도, 힘도 받지 못할 상황에서 신문 등에 결과 나온 것 보고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하면서 외부인사 없이 재경부 출신 후배들과 경쟁하게 된 것도 정 총재가 껄끄러워 했다고 덧붙였었다.

그러나, 이 부총리가 전한 말만으로는 정전총재의 사퇴배경이 다소 모호하다.

물론, 당사자인 정전총재로서는 분명한 입장표명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는 오랜 관료생할, 특히 고위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자칫 자신의 처신이 진실 가리기보다 경거망동으로 비쳐질수 도 있다는 생각이 앞설 수도 있을 것으로 사료되기 때문이다.
그에 앞서 청와대의 명쾌한 해명, 아니 현재 정황들에 대한 보다 상세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만약, 인사개입이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관련업종 종사자들, 수많은 증권투자자, 그리고 더 나아가 나라경제를 걱정하는 국민 모두에게 이실직고를 해야한다.
정권의 정권으로서 그렇게 하는 것이 도덕성을 유난히 강조해온 이 정권의 장래를 위해서도 좋은 일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청와대의 입장은 세가지 정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완전 불간섭. 이 경우라면 떳떳함을 다시 한번 밝히면 된다.
둘째는 복수후보추천을 권유했는지와 함께 한이헌씨로 지칭되는 특정인물 밀어주기와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에 관한 것이다.
세번째는 최종후보3인이 모두 재경부출신이라는 점에 대한 순수한(?) 의미에서의 비토였을 가능성에 관한 것이다.
이 세가지 경우의 수중 어느쪽이 진실이였느냐에 따라 이를 받아들이는 국민들의 판단과 이해度 또한 크게 다를 것이라고 본다.

특히, 만약 세번째 경우에 대해서는 간섭 그 자체의 부당성 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모피아라는 말이 상징하듯 재경부의 지나친 요직독식의 폐해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참여정부의 초기개혁과정에서 옳든 그르든 새정권과 코드가 맞지 않아 관료조직이 일정부분 걸림돌이 됐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반드시 비판만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현 시점에서 통합거래소 이사장이 누가 되느냐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그 위상도 위상이려니와 초대라는 말이 상징하듯 3개 거래소를 통합한 초기의 조직을 신속히 안정시키고 잡음없이 이끌어야하는 리더십과 추진력이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글로벌시대를 맞아 국제적인 감각과 전문성등 고도의 경영능력을 겸비해야 한다.

그런데, 이제는 그 중요한 자리를 채우는 문제가 유감스럽게도 누가 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떻게 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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