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금리 그리고 연금
달러, 금리 그리고 연금
  • 홍승희
  • 승인 2004.11.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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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에 근래의 최대 화두는 아마도 약세 달러의 공습일 듯 싶다.
경제사회적 이슈로는 연기금 투자대상 확대가 될 것이고. 이 모든 문제의 바탕에는 엇박자로 돌아가는 저금리와 저성장의 늪지가 깔려있을 터이다.

수출 말고는 달리 출구도 없다는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한국경제는 이제 달러 약세에 화들짝 놀라 남들보다 한두발 더 앞서가며 환율 폭락을 경험하고 있다.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는 환율 앞에 환리스크 따위는 신경도 쓰지않던, 그야말로 관습적 수출은 된서리를 맞고 있다.

미국은 중국 위안화를 겨냥해 작심하고 약세 달러 정책을 지속하겠다는데 올해`내년 경제의 경착륙 우려를 안고 있는 중국이 섣불리 위안화 평가절상을 단행하기는 만만찮아 보인다.
그 틈에 방어수단도 별반 없는 우리 원화는 완전히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꼴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일본이나 대만보다 그렇게 큰폭으로 서둘러 떨어질 것은 무엔가 싶고 똥장군 지고 장에 따라가듯 외환시장에서 또 우리의 조급증이 발동됐구나 싶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정부가 중앙은행 발권력까지 운위하는 것 역시도 또 너무 성급하고 위험한 선택이 아닌가 한다.
가뜩이나 물가 폭등 요인이 지뢰밭처럼 여기저기 널려 있는 판에 발권력이란 말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시장은 매우 불안해질 수 있는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한편 달러 약세 이전부터 경기활성화 대책이랍시고 금리 인하를 거듭 요구하던 재계는 계속되는 콜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어떤 화답도 하는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금리 인하의 직접적 효과는 몇 달 뒤에 나타난다 쳐도 적어도 재계가 화답할 마음이 있다면 기대효과만으로 투자활력이 살아나야 할 터인데 그런 기미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증시에서는 잠시 주가가 출렁거리고 있지만 단순한 프로그램 매수라는 분석이 주류인 듯하다.

이런 판국에 연기금의 투자대상 확대문제가 정부의 경기활성화 대책과 맞물려 거론되면서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전국민이 직접 이해당사자이기도 한 국민연금은 완전히 갈등의 핵으로 대두됐다.
그런데 연기금을 언제까지 저대로 둘 것인지, 연기금 자체의 투자수익 측면에서 지금 합당한 수준을 달성하고 있는지, 또 현재의 체제로 가능하기는 한 것인지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따져보려는 목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단지 뉴딜정책의 투자재원으로만 연기금을 보는 시각 문제는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매한가지인 성 싶다.

냉정히 따져 지금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 연기금, 그 가운데서도 향후 사회복지의 중심축이 될 국민연금의 자산을 오로지 안전하게 지키는데만 초점을 맞추다보면 자산 운용은 없고 단순히 저장만 하는 것과 진배없는 상황이 되고 만다.
그러다 본격적인 연금 지급시기가 도래했을 때 과연 제대로 지불능력을 갖출 수 있는가.
지난 주말 채권수익률까지 곤두박질치며 연기금 자산운용에 비상이 걸렸다는데 지금같은 상태로 놔둬도 괜찮은 것인가.

물론 연기금 투자대상 확대 방침에 불안해 하는 데는 충분한 역사적 근거가 있다.
역대 정권에서 증시의 기관투자가들 가운데 정부투자기관들의 자산은 그게 비록 고객 자산이라 해도 정책 당국의 호주머니돈처럼 이리저리 불려다니고 끌려다니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내팽개친 사례가 그 횟수를 세기조차 민망하게 많다.

그리고 지금 재경부의 태도를 보면 그런 불안이 근거없다고 말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경기부양에 목매달 수밖에 없는 정부 입장은 십분 이해하지만 서민들에겐 그들만의 낙원찾기로 비치는 대기업들의 성장론에 맞장구치던 재경부의 모습이 너무 강하게 각인돼 생선가게의 고양이로 비친다는 점을 생각은 해봤을까 모르겠다.
그동안 경기가 죽쑤는 상황에서나마 분배정의에 최우선 방점을 찍었더라면 아마도 국민연금의 투자대상을 확대하는 문제도 저금리 시대를 돌파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해하기가 쉬웠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 제대로 된 어휘조차 잊은 작자미상의 옛 시조 한 구절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산길을 가자니 구절양장 고빗길이 위험하고 바다로 나가자니 거센 파도에 배 뒤집힐까 겁난다며 은둔 칩거를 예찬했던 그 시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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