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증권사, '설 땅 없네'
중소형 증권사, '설 땅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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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자문형 랩' 시장 진출… 파이 쪼개기 불가피
증권사 콜차입 한도 제한, 자금 조달 부담 이어져
금융당국, 대형은행 육성방안…증권사 구조조정 신호탄?

[서울파이낸스 양종곤기자] 중소형 증권사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대형증권사들의 틈바구니에서 밀리고 금융당국의 정책 압박에 눌리며 이들의 활로찾기가 시급한 상황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은행들이 증권사들의 자문형 랩과 비슷한 '자문형 신탁(자문형 특정금전신탁)' 판매에 나섰다.

이를 보는 증권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미 증권사들은 낮은 수수료율 정책으로 브로커리지에서 수익내기 힘들다고 판단, 자산관리시장으로 나섰다. 증권사들은 자문형 랩 시장을 한 자산관리시장의 총아로 여겼지만 이제 은행권과 파이 쪼개기가 불가피해졌다.

지난달 23일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자문형 신탁이 내년 말 6조4000억원~11조원의 자금을 모아 전체 자문형 투자 상품 시장의 30~42%를 차지할 만큼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들에겐 더욱 부담이다. 이미 자문형 시장의 주요 고객이 모인 강남권 중심으로 대형 증권사들이 진출해 두터운 고객층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달 초 두 증권사가 최초로 자문형 랩 상품을 출시하며 자문형 랩 시장에 뛰어들지만 해당 증권사조차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어느 정도 자문형 랩 시장은 주요 증권사로 쏠려있다"며 "하지만 (대형증권사처럼) 다양한 바운더리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자문형 랩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자금 마련도 보다 불리해졌다.

최근 금융당국이 증권사 콜머니(금융사 간 단기자금 거래)차입 월평균 잔액을 자기자본 100%에서 25% 이래로 축소하는 개정안을 마련한 것. 이번 조치로 업계는 그동안 단기 자금 조달을 콜머니로 의존해온 중소형 증권사들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금융당국의 대형 증권사 육성 방안 역시 중소형 증권사들에게는 잠재적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다.

지난 1일 금융위원회가 '국내 투자은행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 국내 대형 투자은행 육성안의 밑그림을 그려냈다. 주요 내용은 투자은행에만 주어졌던 권한을 증권사들에게 허용하게 되는 것인데 주목할 점은 자기자본을 통해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사업 개척 권장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형 투자은행으로 나서기 위한 조건이다. 대략 2조원 규모인 자기자본 대형 증권사들로서는 버거운 상황이다. 증권업계에서 예상하는 대형 투자은행 자본규모는 4조원 이상으로 추산하는 탓에 증권사간 인수합병 과정에서 증권사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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