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클릭] "신경통약까지 먹고 왔더니만…"
[현장 클릭] "신경통약까지 먹고 왔더니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양종곤기자] 오전 8시 50분. 주총 열리기 10분전이지만 현대증권 본사 주총장에 마련된 주주들의 자리는 이미 대부분 차 있었다.

특히 까만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30~40대로 보이는 40~50명 가량의 주주들이 눈에 띈다. 이들 뒤편에는 셔츠를 풀거나 나이 지긋하신 노인 분들이 앉아있는 것과 대조를 이뤘다.

제 50기 현대증권 정기주총이 시작됐다. 국민의례와 사회사의 출석 주식수 보고가 있은 뒤 의장을 맡은 현대증권 최경수 사장이 인사보고를 했다.

지난해 경영성과와 올해 경영계획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였다. 특히 지난해 호전된 영업실적에 만족한 듯 연설 후 주주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첫 번째 의안인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올해 현금배당금 계획에 대해 의장이 설명했다. '질문 있습니까'란 의장의 질문에 '없습니다'란 답변이 돌아왔다.

의장이 의사봉이 탕탕탕 3번 내려침으로서 안건이 통과됐다.

2호 의안인 이사선임건이 상정됐다. 역시나 처리는 신속했다. 각 후보자에 대해 설명한 뒤에도 '질문 있습니까'란 의장 질문에 한 주주가 일어나 '원안대로 승인 동의합니다' 이후 '제청합니다'란 함성이 나왔다. 또 다시 의사봉이 탕탕탕 소리를 냈다.

의장이 각 후보별로 동의를 구할 때 답변은 모두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30~40대 주주들한테서 나왔다. 현대증권 주주는 이들 뿐인 듯 했다.

이들은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줬다. 서로 발언을 하겠다고 겹치는 경우도 없었다. '의장'이라고 외친 후 마이크를 받고 이사 선임 결정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막힘없이 풀어냈다.

9시 20분 대부분 의안이 통과될 때 자신의 신분을 주주로 밝힌 한 노인이 주총장에 들어왔다.

그는 "모든 증권사가 한 날에 주총을 하느냐. 다른 증권사들보다 배당금이 적다. 올해 배당금을 더 올려야한다"며 고함을 쳤다. 의장이 배당정책에 대해 설명했는데도 계속 항의하며 울분을 식히지 못했다.

뒤편에서 소란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30~40대 양복 입은 그 주주들은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9시 40분 주주총회가 끝나자 그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고함을 지른 그 노인은 아직 할 말이 남았는지 주총장을 서성거렸다.

주총장에 참석한 한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매번 주총이 이렇게 끝나네요. 그 젊은 사람들이 다 하죠. 새벽부터 주총에 참석하려고 신경통약까지 먹고 왔더니만…"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