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금리 동결...재경부-한은 '氣싸움'
콜금리 동결...재경부-한은 '氣싸움'
  • 임상연
  • 승인 2004.10.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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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총재 '재경부 믿지말라' VS 이 부총리 '한은 자격지심'
금융시장 정부 거시경제정책 주관 없어 혼란만 야기.


채권 시장을 강타한 콜금리 동결 파장이 재경부와 한국은행간 氣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다. 한은 박승 총재의 ‘재경부를 너무 믿지말라’라는 시장원칙 발언에 재경부 이헌재 부총리가 8일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의 자격지심’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여가 없이 드러낸 것.

이처럼 국내 거시경제정책을 주관하는 경제수장간 자존심 싸움이 격화되면서 콜금리 조정 여부 등 경제정책의 틀이 잘못 빗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일각에서는 정부의 주관없는 경제정책이 오히려 금융시장을 혼란시키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이 부총리-박 총재 경제수장간 ‘이상기류’

환율정책, 화폐단위 절상 등 여러 경제정책에서 커다란 시각차를 보였던 이헌재 부총리와 박승 한은 총재가 서론간 불편한 심기를 여가없이 드러낸 배경은 지난 7일 금통위의 콜금리 동결이 원인이 됐다.

콜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재경부의 계속된 시그널을 금통위가 철저하게 외면, 콜금리를 동결하고 ‘정부는 금리결정에 간섭말라’라는 식의 발언을 서슴없이 꺼낸 것.

실제로 금통위 결정이 끝난 후 박승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콜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하면서 “채권 시장이 재경부 말만 믿고 투기적 배팅을 계속하는데 ‘한두번 손해를 보고 내가 철이 없구나’하는 반성을 해야 제대로 훈련이 될 것”이라며 재경부의 금리인하 발언은 잘못이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말했다.

또 그는 “정부의 의견은 참고사항일 뿐이며 그것 때문에 의사 결정을 바꿀 수는 없다”고 말해 재경부의 금리인하 논리가 맞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에 8일 기자간담회를 갖은 이헌재 부총리는 “재경부는 금리정책에 간여한다는 것은 오해”라며 “금리, 통화정책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하고 정부는 존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승 총채의 일부 발언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콜금리 동결에 대해 이 부총리는 금통위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그러나 아쉬움은 있다”고 말해 재경부의 거시정책 시각을 유지했다. 또 그는 ‘재경부 말만 믿고 있던 사람들은 쓴맛을 봐야 한다’는 박 총재 발언에 대해 “그런 뜻으로 말을 하지 않았겠지만 그렇게 생각했다면 한은의 자격지심”이라고 꼬집었다.

한은의 거시정책 논리에 대한 비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 부총리는 “지난 8월 콜금리 인하때 한은은 금리조정 효과는 6개월 후에 나타날 것이라고 얘기해놓고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금리인하의 경기부양 효과가 의문시된다고 입장을 번복해버리니 할말이 없다”고 비난했다.

▶“금융시장 혼란만 커져” 우려

경제정책을 놓고 재경부와 한은이 상이한 시각을 나타내고 심지어 기싸움 양상을 벌이면서 금융시장에서는 시장 혼란만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수장간 서로 다른 목소리는 경제정책 수립에 혼선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금융시장 혼란과 경제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양측의 시각차는 채권시장에 그대로 선반영되고 있다. 지속적으로 내리던 금리가 콜금리 동결이후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정부의 금리인하 예상에 ‘올인’했던 투자자들은 큰 낭패를 보게 됐다.

이에 금융권 한 관계자는 “거시경제에 대한 정부와 금통위의 시각차가 다소 발생할 수도 있지만 경제정책 수립에 혼선을 빗을 만큼 큰 시각차는 자칫 경제전반을 흔드는 요소가 될 것”이라며 “한은은 불과 1달 전의 발언에도 불구 물가상승과 금리인하 효과가 의문시된다고 예상했지만 현 경제성장과 시장의 시그널을 감안한다면 인하가 바람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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