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 LG家···상속분쟁 장기화·미공개정보 이용 구설
'인화' LG家···상속분쟁 장기화·미공개정보 이용 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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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재분할 변론준비기일 21일 진행···재판 장기전 양상
'사실상 경영권 갈등' 해석도···구광모 회장 지배력 흔들기
구연경씨 미공개 정보 주식 거래 논란···금감원 조사 검토
LG 트윈타워 전경 (사진=LG전자)
LG 트윈타워 전경 (사진=LG전자)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지난 20일은 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이 세상을 떠난지 6년째 되는 날이다. LG그룹은 별도의 추도식을 진행하지 않았고 가족들끼리 모여 조용히 제사를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무 선대회장은 생전 지나친 의전과 격식을 지양한 만큼 가족들도 고인의 뜻에 따른 것이다. 다만 조용하고 차분한 추모 분위기와 달리 구본무 선대회장의 남은 가족들은 법정싸움과 구설수로 시끄러운 상황이다. 

구본무 선대회장의 아내인 김영식 여사와 장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차녀 구연수씨는 지난해 3월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상속 재산의 재분할을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21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는 이 재판에 대한 변론준비기일이 열렸다. 

구본무 선대회장은 ㈜LG의 지분 11.28%를 포함해 약 2조원 가량의 지분을 남겼다. 세 모녀는 이 중 5000억원을 상속받았고 구광모 회장이 지분 8.76%를 포함해 더 많은 재산을 상속받았다. 그 대신 상속세를 구광모 회장이 혼자 부담하기로 했다는 게 합의 내용이었다. 그러나 세 모녀 측은 합의 내용과 다르게 상속세를 직접 부담했고 자신들의 지분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계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세 모녀가 상속 이후 5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소송을 제기한 점을 두고 사실상 경영권 분쟁을 시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열렸던 재판에서는 세 모녀가 경영 참여의 뜻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녹취가 공개됐다. 당시 녹취록에서 구연경 대표는 "아빠(구본무 선대회장)의 유지와 상관없이 분할 합의를 리셋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은 약 1년 가까이 진행됐으나 올해 초 법원 정기인사로 재판부가 교체되면서 더 장기전이 벌어지게 됐다. 통상 재판부 교체가 이뤄질 경우 쟁점을 다시 살펴봐야 하는 만큼 재판에 소요되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 여기에 항소심까지 이어진다면 재판은 수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목적이라면 여론이 집중되는 만큼 재판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오너 일가의 법정 싸움이 장기화되는 것은 기업 이미지에 자칫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더욱이 LG그룹은 지난 70여년간 잡음이 적고 성실한 기업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자칫 이번 법정싸움으로 기업의 이미지가 훼손될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더 큰 문제는 그룹 지배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 법정상속비율로 재분배될 경우 된다면 구광모 회장의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LG의 지분 6.025%를 취득한 영국계 투자회사 실체스터 인터내셔널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구광모 회장과 세 모녀의 지분이 충돌할 경우 실체스터의 의사결정에 따른 영향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실체스터 측은 ㈜LG의 지분 취득에 대해 '일반투자'이며 경영활동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구광모 LG 회장과 상속 분쟁을 벌이고 있는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구연수 씨의 뉴욕타임즈 인터뷰 기사 표지 캡쳐. (사진=뉴욕타임즈)
구광모 LG 회장과 상속 분쟁을 벌이고 있는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구연수 씨의 뉴욕타임즈 인터뷰 기사 표지 캡쳐. (사진=뉴욕타임즈)

앞서 구광모 회장과 세 모녀는 용산세무서장을 상대로 상속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달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다. 구 회장과 세 모녀가 내야 하는 상속세 9900억원 중 이번 소송에 제기된 금액은 108억원이다.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구 회장 측이 항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법정싸움 외에 구설수로도 몸살을 앓고 있다. 구본무 선대회장의 장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맏사위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는 미공개 정보를 통한 주식 매수 의혹을 받고 있다. 재계에서는 윤 대표가 해당 회사와 관련이 돼있어 호재성 발표 전에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매수한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구 대표는 LG복지재단에 바이오 회사 주식 3만주를 기부할 의사를 밝혔다. 20일 재단 이사회는 이에 대한 수용 여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공개 정보로 얻은 수익인 만큼 추후 법적 문제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재계에서는 판단했다. 재단 이사회 측은 다음 회의에서 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이 주식의 기부 여부와 상관없이 미공개 정보 주식 거래 의혹 조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조사 결과 위법 혐의가 발견되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심의를 거쳐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게 된다. 만약 미공개 중요정보를 주식 매매에 이용했다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1년 이상 징역이나 이익·회피 손실액의 3~5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 

윤관 대표가 이끄는 BRV 산하 벤처캐피털(VC) BRV캐피탈매니지먼트가 2대 주주로 있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보호 예수가 지난 17일자로 해제되면서 시장 안팎에서는 잠재적 대량 매도 물량 우려가 커졌다. BRV은 약 1조6000억원 규모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에 나설 경우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주가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 

이 밖에 윤 대표는 123억원 규모의 탈세 의혹도 받고 있으며 이에 따른 행정소송도 진행 중이다. 또 故 조정구 삼부토건 창립자의 손자인 조창연 씨가 친구인 윤 대표를 상대로 2억원의 대여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LG그룹 오너 일가가 법정 싸움과 구설수로 시끄러우면서 재계 안팎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구본무 선대회장은 조용한 숲을 좋아해서 국립묘지에 안장될 자격이 있었음에도 경기도 광주 곤지암 숲에서 수목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여기에 최근 집안 싸움이 불거지면서 선대회장도 편히 쉬기 어려울 거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구본무 선대회장은 체육훈장 거상장 수훈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LG그룹은 인화 정신과 장자승계로 지켜온 70여년간의 경영문화가 흔들릴 정도로 잡음이 많은 상황"이라며 "이 같은 갈등이 이어진다면 LG의 기업 이미지에도 타격이 갈 수 있고 대외적으로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기 전에 내부에서 갈등을 수습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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