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가족의 난' 여론전 확대 조짐···장기전 될까?
LG家 '가족의 난' 여론전 확대 조짐···장기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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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NYT, 선대 회장 부인과 두 딸 관련 기사 공개···상속권 소송 배경 소개
롯데家 '형제의 난'과 닮은 꼴···2년여 법정 공방 끝에 신동빈 회장 완승
"신동주 회장과 LG 세 모녀 상황 달라···재판부 조정 결정 변수 될 듯"
구광모 LG 회장 (사진=서울파이낸스DB)
구광모 LG 회장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故 구본무 LG 선대 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이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낸 것에 대해 뉴욕타임즈(NYT)와 인터뷰를 가지면서 LG가(家)의 상속권 다툼이 여론전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NYT는 18일(현지시간) 세 모녀가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하게 된 배경을 담은 기획기사를 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구본무 선대회장의 장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는 2021년 신용카드 발급을 신청했지만, 채무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거절당하면서 선대회장의 유산에 대한 상속 합의 내용에 의문을 갖게 됐다. 

앞서 2018년 구본무 선대회장이 별세한 후 구 선대회장의 LG 지분 11.28% 가운데 8.76%를 상속받았다. 김영식 여사와 두 딸은 LG 주식 일부(구연경 대표 2.01%, 연수 씨 0.51%)와 구본무 전 회장의 개인재산을 받았다. 

구 대표가 자신뿐 아니라 모친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 연수씨 등 세 모녀의 계좌를 모두 확인한 결과 이들이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거액의 상속세가 납부된 사실이 나타났다. 또 이들의 LG 주식을 담보로 거액의 대출이 발생한 사실이 확인됐다.

앞서 2018년 별세한 구본무 전 회장은 LG 주식 11.28%를 비롯해 약 2조원 규모의 재산을 남겼고, 세 모녀는 이 중 5000억원 규모의 유산을 상속받았다.

세 모녀에 따르면 양자인 구광모 회장이 LG 지분 8.76%를 포함해 더 많은 유산을 상속받는 대신 상속세를 혼자 부담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 같은 합의 내용과 다르게 실제로는 세 모녀가 직접 상속세를 부담하고 대출까지 받게 됐다고 NYT 기사는 전했다. 또 구 회장이 당초 자신들이 합의한 것보다 훨씬 많은 유산을 받은 것도 알게 됐다는 것이 세 모녀의 주장이다.

세 모녀는 지난 3월 상대로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해달라는 소송을 서울서부지법에 제기했다. 지난달 16일 열린 2차 변론 기일에서 재판부는 "사건의 성격을 봐서 핵심 증인 심문을 했는데 여전히 불분명한 사실관계나 의문, 주장을 입증할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양 측에 조정을 제안했다. 

법조계에서는 조정 절차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만큼 합의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 모녀 측 법률대리인은 조정 제안에 대해 "재판부가 총점을 찾아준다면 원고들에 가급적 협조하는 게 좋다고 설득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 회장 측 법률대리인은 "피고 입장에서 세간의 오해를 받는 것에 상당히 불편해한다"며 법원 판결을 통해 상속 경영권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2015년 열었던 'savelotte' 홈페이지.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신동주 회장의 입장을 전하는 창구 역할을 했다. 현재는 폐쇄된 상태. (사진=SDJ코퍼레이션)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2015년 열었던 'savelotte' 홈페이지.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신동주 회장의 입장을 전하는 창구 역할을 했다. 현재는 폐쇄된 상태. (사진=SDJ코퍼레이션)

◆ 여론전 확대된 '가족의 난'···롯데 '형제의 난' 닮아가나

그동안 법정 공방 외에 별 다른 여론전을 취하지 않던 LG가의 세 모녀가 외부에 자신의 입장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소송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언론을 통해 소송 배경이 드러나면서 자칫 여론전 양상으로 확대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

이 같은 양상은 2015년 롯데가 '형제의 난'과 닮아있다. 당시 신동빈 롯데지주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형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2015년 한국에 SDJ코퍼레이션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여론전에 들어갔다. 

SDJ코퍼레이션은 사업을 통한 이익 창출이 목적이 아닌 신동주 회장의 경영권 다툼을 위한 회사다. 당시 SDJ코퍼레이션은 한국에 'savelotte'라는 주소로 홈페이지를 열고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신동주 회장 측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했다. 이 홈페이지는 현재 폐쇄됐다. 

LG가의 상속권 분쟁이 여론전으로 확대될 경우 자칫 장기화 될 가능성도 있다. 신동주 회장의 경우도 한국 롯데의 경영권을 노렸던 만큼 형제 간의 다툼은 2년 넘게 지속됐다. 

LG의 경우 세 모녀가 경영권 분쟁을 위해 소송을 제기한 게 아니라고 밝혔으나 재판 과정에서 경영 참여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광모 회장 측이 법원 판결을 통한 상속 정당성을 인정받고 싶어해 법정 싸움은 장기전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세 모녀가 여론전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신동주 회장의 경우와 달리 세 모녀는 LG그룹 내에서 영향력이 거의 없고 기업 경영 경력도 없는 만큼 대외적으로 신임을 얻기 어렵다. ㈜LG에서 세 모녀의 지분 합계는 7.84%로 구광모 회장이 가진 15.95%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대외 경영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구광모 회장의 역할이 커지는 상황에서 상속권 분쟁은 불안감을 키울 우려가 있어 빠르게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길면 길수록 손해"라며 "LG 내부에서도 빠르게 이를 정리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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