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금융 실적 부풀리기 관행 '철퇴'···금융위, 법령 등 제도 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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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제도 개편···기술신용평가사 독립성 등 강화
기술금융 신용대출 가중치 부여···금리인하 경쟁 유도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앞으로 은행은 기술신용평가사에 기술기업에 대한 평가등급을 사전에 문의하거나 관대한 평가등급을 요청하는 행위 등을 할 수 없게 된다.

은행들이 기술신용평가사의 평가에 부당한 영향을 끼쳐 기술금융 실적을 부풀리는 관행을 바로잡고자 신용정보법상 관련 근거도 마련된다. 아울러 기술기업이 기술금융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은행권의 금리인하·대출취급 경쟁을 유도한다.

금융위원회는 3일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마포 프론트원에서 '기술금융 개선방안 간담회'를 개최한 후 이같은 내용의 개선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금융위는 기술금융 관련 기관들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후 은행, 평가사 등의 의견을 토대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기술금융은 담보·매출이 부족하더라도 기술력이 있는 기술기업에 대해 성장성을 보고 대출한도, 금리 등에서 우대혜택을 주는 제도로 지난 2014년 도입됐다.

현재 전체 중소기업대출 잔액 1041조4000억원 가운데 기술신용대출(기술금융) 잔액이 304조5000억원으로 약 29%를 차지하고 있다. 기술금융은 지난 10년간 양적으로 크게 성장하면서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은행 여신관행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기술금융 규모가 커지는 동안 제도는 개선되지 않으면서 여러 부작용이 발생했다. 감사원과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술신용평가사가 은행이나 기업 입맛에 맞는 평가서를 허위·부실로 발급하면서 기술금융 실적을 부풀리거나 자격이 없는 기업이 기술금융 지원을 받은 사례가 다수 있었다.

이에 금융위는 기술금융의 취지를 강화하고자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의 자금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은행과 평가사 등의 부정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먼저 기술신용평가의 독립성을 강화한다. 은행이 평가 수수료보다 평가사의 평가서 품질에 따라 평가물량을 배정하도록 해 평가사가 품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또 은행 지점과 평가사 간 유착관계를 방지하기 위해 본점이 지점에 평가사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변경한다.

평가 의뢰자인 은행이 평가사에 평가등급을 사전에 문의하거나 특정 등급을 요구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신용정보법에 은행에 대한 행위규칙을 마련한다. 기술금융 대상을 보다 명확하게 해 은행이 비기술기업에 대해 평가 의뢰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는다.

기술금융의 취지를 강화하고자 은행의 테크평가 지표도 개편한다. 테크평가에 기술금융 우대금리 관련 지표를 추가, 은행이 기술등급별로 어느 정도의 우대금리를 제공했는지 평가할 수 있도록 한다. 당국은 기술등급별로 금리를 더 많이 인하해준 은행에 테크평가 가점을 부여, 금리인하 경쟁을 유도할 방침이다. 테크평가 내 기술금융 신용대출 공급지표 비중도 확대해 담보 중심의 은행 여신관행을 개선한다.

기술신용평가를 내실화하기 위해 현지조사를 의무화하고 평가등급의 근거를 확인할 수 있는 세부평가의견 작성을 거치도록 한다. 평가자가 임의로 정성점수를 조정해 기술등급을 상향하는 등의 관대한 평가를 하지 못하도록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 기술등급 산정 가이드를 마련한다.

기술금융 사후평가도 강화한다. 신용정보원의 품질심사평가 결과, 평가 품질이 우수한 평가사에는 정책사업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미흡등급을 받은 평가사의 평가를 받은 대출실적은 한국은행 금융중개지원대출 잔액에서 제외하는 패널티를 부여한다.

남동우 금융위 산업금융과장은 "미흡한 평가사의 평가 잔액을 금융중개지원대출 잔액에서 제외할 경우 은행은 품질심사평가 결과가 우수한 평가사에 물량을 더 많이 의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기술금융 관련 법령을 정비해 규율을 강화한다. 기술신용평가사에 대한 행위규칙을 규정하고 있는 신용정보법을 개정, 타인의 자격증을 도용해 평가를 하는 등의 부당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한다.

또 평가사가 기술신용평가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위법행위(평가등급 사전제공, 관대한 평가결과 암시 등)를 할 경우 허가취소 및 영업정지 등을 명할 수 있도록 신용정보법에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남 과장은 "신용정보원 가이드라인, 매뉴얼 등은 올해 상반기 중 신속하게 정비를 완료할 것"이라며 "신용정보법 개정의 경우 상반기 중 개정안을 마련해 올해 중 국회 통과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번 개선방안을 계기로 기술금융이 한 단계 성장해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의 자금애로를 적극 해소해주는 제도가 되길 희망한다"며 "앞으로도 필요한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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