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누르자 기업대출 '껑충'···건전성 관리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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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대출 잔액 10.4조↑···3월 기준 역대 두 번째 상승폭 커
부실채권 증가·부실채권비율 상승···"향후 추이 모니터링 필요"
은행 고객들이 국민·하나은행 등의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은행 고객들이 국민·하나은행 등의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은행권의 기업대출 규모가 눈에 띄게 급증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에 따른 은행들의 '기업 고객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경기 불황을 견디지 못하는 곳들이 늘어나면서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한층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1272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달 10조4000억원 늘었는데, 이는 3월 기준 역대 두 번째로 큰 상승폭이다.

가계대출 잔액이 1098조6000억원으로 전달보다 1조6000억원 줄며 12개월 만에 감소 전환한 것과 다른 양상이다. 기업대출은 기업들의 자금 수요와 은행들의 기업대출 확대 전략이 맞물리면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대기업대출은 지난달 4조1000억원 늘며 3월 기준 역대 두 번째 상승폭을 보였다. 분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 상환에도 일부 대기업의 시설자금 수요 등으로 증가폭이 확대된 결과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대출의 경우 6조2000억원으로 은행권의 대출영업 강화와 중소법인의 법인세 납부수요 등으로 증가폭이 전달(4조7000억원)보다 커졌다.

은행권에서 집계된 자료를 통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으로 범위를 좁히면 지난달 말 기업대출 잔액은 785조1515억원으로, 1년 새 70조4767억원이나 급증했다. 올해 들어선 17조8376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작년 3월 이후 기업대출 잔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하나은행이다. 1년 사이 20조462억원이 늘었으며, 우리·신한·국민·농협은행도 적게는 7조원에서 많게는 16조원 넘게 기업대출 잔액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기업대출 영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더 이상 대출 성장을 가계대출에 기댈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기업대출 파이를 키우는 데 주력하는 분위기가 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경기침체기에 기업들의 자금 수요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보면, 기업대출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중 연말 대출상환 등의 요인으로 증가폭이 축소되긴 했으나, 올해 들어 연말 일시 상환됐던 대출이 재실행되고 운전자금 수요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빠르게 불어나고 있는 기업대출에서도 질적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은행들의 기업대출 중 부실채권(NPL)이 대폭 늘어났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국내은행의 지난해 말 부실채권은 석 달 사이 1조원 증가한 12조5000억원으로, 이 중 기업여신이 80% 비중인 10조원이었다.

기업여신의 부실채권비율은 지난해 1분기 말 0.50%에서 연말엔 0.59%로 0.09%포인트(p) 상승했다. 특히 대기업대출은 같은 기간 0.38%에서 0.50%로, 중소기업대출은 0.57%에서 0.64%로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빚 관리방안으로 당분간 은행권이 가계대출을 늘리기 쉽지 않은 만큼 기업금융에 힘을 주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이런 전략으로 기업들의 선택지도 넓어졌지만, 부동산PF 등을 둘러싼 잠재위험이 여전히 큰 상황인 만큼 향후 추이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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