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가계대출 11개월 만에 꺾였다···DSR·금리인상 영향
5대 은행 가계대출 11개월 만에 꺾였다···DSR·금리인상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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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가계대출, 한달 새 2조2238억원↓···주담대도 감소
가계빚 고삐 쥔 은행···시장금리 떨어져도 대출금리 인상
한 시중은행 영업점 앞에 대출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시중은행 영업점 앞에 대출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11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연초부터 가계대출 오름세가 심상치 않자 은행들이 앞다퉈 대출금리를 인상한 데다 지난달부터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시행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시장금리 하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로 은행 대출금리는 오르는 기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693조5684억원으로 전월(695조7922억원)보다 2조2238억원 감소했다. 5대 은행 중 가계대출 증가세를 기록한 한 은행을 제외하고 4대 은행에서만 한 달 새 3259억~9932억원 가량 줄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줄어든 것은 11개월 만이다.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지난해 5월부터 지난 2월 말까지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그러다 지난달 주담대 잔액이 줄면서 전체 가계대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주담대 잔액은 536조6470억원으로 전월(537조964억원)보다 4494억원 감소했다. 

주담대가 줄어든 것은 대출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가계대출 규모가 급증하자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대출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이에 맞춰 은행권도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그러나 연초부터 일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1%를 넘어서는 등 급격히 불어났고, 이에 시중은행들은 잇달아 대출금리를 올리며 대출 증가세에 제동을 걸고 있다.

올해 들어 가계대출이 약 1.16% 증가한 신한은행의 경우 이날 주담대 금리를 0.04~0.3%p(포인트) 인상했다. 주담대 중 신규 구입자금 금리는 0.15%p, 생활안정자금 금리는 0.1%p씩 올랐다. 주담대 갈아타기의 경우 금융채 5년물·6개월물 기준 금리가 0.04%p·0.3%p씩 높아지고 신잔액기준 코픽스 6개월 주기 변동금리도 0.2%p 올랐다.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0.1~0.15%p 상향조정됐다. 신한은행은 가계부채 속도 조절을 위해 지난 2월에도 주담대, 전세대출 금리를 0.05~0.2%p씩 올린 바 있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약 0.42%인 국민은행도 지난 2월 7일 주담대 금리를 0.23%p 인상했다. 우리은행도 지난 2월 말 대출금리를 0.1~0.3%p 인상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율이 2월 플러스(+0.5%)에서 3월 마이너스(-0.24%)로 돌아섰다. 현재까지 금리조정에 나서지 않은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의 경우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각각 0.41%, -0.95%다.

대출금리 인상 외 스트레스DSR 규제도 가계대출 감소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월 26일부터 시행된 스트레스DSR 제도는 대출 이용기간 중 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상승할 가능성을 감안해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다. 변동금리 대출의 경우 금리 상승 리스크가 커 가산금리가 많이 붙게 되는데, 그만큼 원리금이 늘어 대출한도가 크게 줄어든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스트레스DSR 도입 전 대출수요가 급증했다가 규제 시행과 더불어 대출금리 인상, 부동산 거래량 하락 등이 맞물리면서 가계대출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며 "고금리에 신용대출은 이전부터 계속 감소세였고, 이번에 주담대가 줄어든 게 컸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가계대출 증가세 관리를 위한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 움직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는 시장금리와 역행하는 흐름이어서 대출자들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달 29일 기준 은행채 6개월물(무보증·AAA) 금리는 3.641%로 같은달 15일(3.651%)보다 0.01%p 하락했는데,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코픽스 연동)가 연 4.17~5.78%에서 이날 연 4.25~5.86%로 상단과 하단이 0.08%p씩 올랐다. 우리은행도 연 4.78~5.98%에서 연 4.81~6.01%로 최고·최저금리가 0.03%p씩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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