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선박, 부산항 발 끊을까"···물류업계 지각변동 조짐
"대형선박, 부산항 발 끊을까"···물류업계 지각변동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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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 동맹, 부산항 일부 노선 피더항으로
물동량 감소로 물류업 포함 관련업 타격 우려
부산항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부산항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수현 기자] 내년 출범을 앞둔 하팍로이드와 머스크의 제미나이 동맹이 일부 노선에서 부산항을 허브항에서 피더 항구로 격하를 예정하며, 국내 해운·항만 물류 업계의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제미나이 동맹이 전 세계 주요 항로 중 하나인 유럽-아시아 서비스에서 부산항을 허브항으로 직접적으로 기항하지 않고 피더 선박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제미나이가 정시성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판단한다.

피더항은 큰 컨테이너선이 직접 기항하지 않고 소규모 컨테이너선이 기항하는 항구다. 부산항이 피더 항구가 된다면 환적 과정을 통해 허브항의 화물을 부산항으로 수송하게 돼 화물들은 수송기간이 길어지게 되며, 부산 항만은 환적 화물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을 상실하게 된다.

지난해 부산 항만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2315만TEU을 기록했다. 이 중 환적 물동량은 1241만TEU로 전체 물동량의 53.6%를 차지한다. 환적 화물을 통한 수입 비중이 높은 부산항만공사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미나이가 허브 항만을 이동하는 이유는 정시성 확보와 물류의 중심지 이동에 있다고 분석된다. 허브앤스포크는 거점 항만을 중심으로 배송하며 각각의 도착지에는 피더 서비스 등을 제공해 주요 항만의 수송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에 제미나이는 허브앤스포크 전략으로 허브항을 통합해 정시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동남아시아가 전세계 생산과 소비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어 제미나이가 선제적 대응을 위해 허브항 또한 한국과 일본에서 동남아시아로 옮길 수 있다고 분석된다.

전문가는 부산항의 피더항 전락이 우리나라 전체 해운산업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한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은 "이번 제미나이의 결정으로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물동량이 감소돼 컨테이너 터미널을 전대차 계약하는 부산항만공사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며, 화주·터미널 운영사 등 관련 업종 종사자들이 모두 피해를 받을 것"이라며 "피더 서비스 역시 우리나라 피더 업체가 운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제미니아가 선정할 것으로 전망돼 우리나라 업체의 매출과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 협회장은 "1995년 일본 고베항만이 쇠퇴하며 일본 전체의 물류 붕괴를 초래했듯이 적절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며 "현재 물동량이 줄어들고 있는 만큼 진해신항, 가덕도 신공항 신설 등 물동량 확대를 대비한 정책을 수정해 영향을 최소화해야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이번 제미나이의 결정은 전례없는 시도로, 과거 머스크의 많은 획기적인 시도들이 모두 성공하지만은 않았기에 향후 영향은 알기 어렵다"며 "제미나이의 물량이 빠지더라도 다른 선사들이 이탈하는 화주들의 물량을 잡으려 경쟁할 것이며, 향후 영향을 바탕으로 제미나이도 다시 재고할 수 있기에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며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항만공사는 현재 선사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제미나이 선사를 비롯한 모든 선사에 부산 항만의 가치, 운영과 선대의 효율성 등을 지속적으로 상기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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