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뭔가요?···억소리 나는 '천상계' 아파트
불황이 뭔가요?···억소리 나는 '천상계' 아파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소 32억인 '포제스 한강' 84㎡ 분양 완판···주요 소비층 다르기 때문
아파트 거래량 줄었지만 50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는 1년 새 56% 증가
"자산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부동산 시장 역시 양극단으로 더 벌어질 것"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 커튼월 공법 등이 적용돼 있다.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 용산구의 래미안용산더센트럴. 아파트는 전용 175㎡~227㎡이 있으며, 매매 가격은 34억~68억 수준이다.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최근 불경기, 고금리, 대출 규제 등으로 이어진 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초고가 아파트 매매·분양시장은 불황을 비껴간 모습이다. 이들 아파트는 수도권 내 상급지로 꼽히는 일부 지역에 자리한데다가, 자산가들을 주 수요층으로 하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 영향을 상대적으로 미미하게 받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2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분양에 돌입한 서울 광진구 광장동 '포제스 한강'의 계약률이 약 70% 안팎을 기록 중이다. 시행사에 따르면 국민 평형인 전용 84㎡는 전 가구 판매가 완료됐고, 115㎡ 역시 저층 중심으로 몇 가구만 남아 있다.

포제스한강의 3.3㎡당 분양가는 평균 1억1500만원으로, 서울의 다른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인 3.3㎡당 3713만7000원(1월 기준)에 비교하면 약 3배나 비싸다. 아파트의 최종 분양가는 최소 32억원에서 최대 160억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이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파르크한남 전용 268㎡가 지난해 8월 180억원에 매매 거래가 되고,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가 지난해 7월 45억9000만원에 팔린 것을 감안하면 하이엔드 주거 시장에선 포제스한강의 분양가가 납득 가능한 수준으로 받아들여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지방·수도권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는 점으로 봤을 때, 최소 32억의 아파트가 완판됐다는 것은 이를 수요하는 주요 소비층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분양 아파트뿐만 아니라 수도권 내 부촌으로 꼽히는 일부 지역의 초고가 아파트도 신고가 거래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를 보면 서울 강남구 청담동 '마크힐스이스트윙' 전용 192.86㎡는 2년 새 30억이 올라 이달 85억원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2차 196.84㎡도 2021년 1월 직전거래가인 53억9000만원에서 26억이나 올라 이달 80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썼다.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206㎡의 경우 지난달 97억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10월보다 4억원 비싸게 팔렸다.

그러나 이러한 신고가 경신 소식과 실제 부동산 시장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최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월 셋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자료에서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3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고금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매수 심리가 꺾인 것이다.

이에 거래 자체도 뜸해져 지난해 월별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8월(3만6734건) 이후 12월(2만4079건)까지 4개월 연속 감소했다. 특히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같은 기간 3857건에서 1786건으로 절반가량 감소했다. 서울 아파트의 신저가 비중도 지난해 1.86%를 기록해 2021년 1.0%에 비해 늘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초고가 아파트 거래량은 늘어났다. 지난해 서울에서 50억원 이상 금액에 거래가 체결된 아파트는 총 151채로, 전년 동기(97채) 대비 약 56% 증가한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가주택 밀집지와 저가주택 밀집지가 뚜렷하게 나뉘면서 아파트 가격 격차는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R114의 집계 결과 서울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비싼 곳은 서초구로 평균 매매가격이 27억5508만원이다. 가장 낮은 곳은 도봉구로 6억2797만원인데, 이는 서초구 아파트 1채 가격으로 도봉구 아파트 4~5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두 자치구의 2020년 평균 매매가격은 △서초구 23억3073만원 △도봉구가 5억8006만원으로, 3년 새 도봉구 평균 집값이 8.26% 오르는 동안 서초구는 그 두 배가 넘는 18.21%가 상승했다. 같은 서울 내에서도 집값 양극화가 확대된 것이다.

문제는 지속되는 주택 경기 침체에 올해도 시행사·건설사들이 강남 3구와 용산구, 여의도 등 사업성 높은 일부 지역만을 선별해 분양가가 높은 하이엔드 아파트 위주로 시장에 공급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이엔드 아파트는 지역 랜드마크가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미분양 리스크가 적고, 기존 집주인들이 재건축 분담금을 지불할 여력이 커 사업 진행이 상대적으로 원활하다. 이처럼 분양가가 높은 아파트가 지역에 들어서면 그 지역 다른 아파트들의 가격 방어력이 커져 지역 시세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자산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 역시 양극단으로 벌어지는 중"이라며 "하이엔드 주거 시장은 보편적 부동산 시장 흐름과 별개로 보면 된다"고 했다. 이어 "자산가들이 늘고 있지만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진 하이엔드 아파트 수는 많지 않아 희소성만큼 가격도 계속 올라가는 것"이라고 짚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연구위원도 "강남과 비강남의 격차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곳은 교통, 학군, 직주근접, 편의시설 등이 타 지역보다 더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집값 상승에 영향을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