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눈 돌린 K-건설, '400억달러' 목표 순항···과제는?
해외로 눈 돌린 K-건설, '400억달러' 목표 순항···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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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불황에 신규수주 목표치 낮추는 건설사들
작년 정비사업 수주 실적 47%↓, 해외는 19%↑
현대, '18.7조 해외 원전' 수주 낭보···중견사도 활약
"해외건설이 위기 돌파구 되려면···민관협력 강화해야"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 (사진=한국전력)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 (사진=한국전력)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국내 대형 건설사들을 필두로 해외사업 비중 확대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침체기를 맞은 국내시장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인식 아래 글로벌 수주 경쟁에 뛰어든 모양새다. 다만 올해 수주 목표액 400억달러 달성을 위해선 도급공사 위주 사업을 벗어나 투자개발형 프로젝트, 특히 민관협력사업(PPP)에서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올해 수주액 목표로 지난해(32조4906억원) 실적 대비 10.7% 줄어든 28조9900억원을 제시했다. 삼성물산은 6.3% 축소한 18조원, 대우건설은 12.94% 줄인 13조2096억원, DL이앤씨는 22.09% 감소한 14조8894억원을 수주액 목표로 잡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국내 건설경기 악화에 대응해 신규 수주 등 외형 확대보다는 수익성 확보 및 리스크 최소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특히 해외에서 미리 기반을 닦아놨던 일부 건설사들은 해외 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실제 해외건설협회 '2023년 해외건설 수주실적 분석' 자료와 건설사 분기보고서 등을 보면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는 지난해 도시정비사업과 해외사업에서 각각 20조406억원, 262억5897만달러를 수주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국내 정비사업은 46.9% 급감한 반면, 해외 수주는 19.2% 늘어났다.

지난해 국내 321개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은 전년 대비 7.5% 늘어난 333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정부가 제시한 해외수주 목표치인 350억달러에는 못 미쳤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악재 속에서도 양호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삼성물산에 이어 해외 수주액 2위를 기록한 현대건설이 해외 수주 낭보를 터뜨려 두각을 보인다. 해외건설업계와 증권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건설은 불가리아 원자력공사(KNPP NB)와 코즐로두이(Kozloduy) 원자력발전소 2기 건설공사 계약을 4월에 체결할 전망이다. 계약이 체결되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에 해외 원전 수주가 된다.

이 사업은 2200MW급 원전 2기를 추가로 신설하는 프로젝트로, 총 사업비 140억달러(약 18조7000억원)가량이다. 이번 신규 건설이 확정된 7·8호기는 AP1000 노형이 적용될 예정으로 2035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불가리아가 조건으로 제시한 '원자로 2기 이상을 건설‧운영해 본 경험, 특정 수준 이상의 매출액 기록'을 충족해 입찰자격사전심사(PQ)를 단독으로 통과했다.

만약 예상대로 단독 입찰에 성공한다면 현대건설은 올해 제시한 해외건설 수주 목표 11조8010억원을 단번에 초과 달성할 전망이다. 목표치를 7조원 가까이 넘기는 것은 물론, 1분기가 지나기도 전에 지난해 해외수주액 총 12조8860억원도 넘기게 된다. 해당 사업의 구체적 수주금액은 프로젝트 기본설계(FEED)를 수행하는 웨스팅하우스 판단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해외 건설 수주가 침체한 국내 건설사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국내 시장이 어렵다보니까 주택사업 비중을 축소하고 해외 신사업이나 플랜트 사업 등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기존에 기반을 쌓았던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 경쟁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 집계 결과 올 들어 지난 1월 해외 수주액은 14억7076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6억6093만달러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가운데서도 중견건설사의 선전이 돋보였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34위를 차지한 SGC이테크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SEPC Ethylene Cracker Expansion 프로젝트 5억287만달러)와 말레이시아 (△OCIKUMHO ME1 프로젝트 9363만달러 △OCIM MP7 프로젝트 6346만달러) 사업에서 산업설비 공종을 수주해 6억5996만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이 밖에 중원ENG가 9600만달러 규모의 미국 산업설비, LS일렉트릭은 7835만달러 규모의 영국 전기 공종을 수주했다. STX마린은 7747만달러를, 반도종합건설도 7500만달러 규모의 사업을 따냈다.

이처럼 긍정적인 시장 분위기 속에서 올해 정부가 목표하고 있는 수주액 400억달러 달성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올해 수주액은 무난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목표액 달성은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해외 사업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이어나가기 위해선 불확실성이 큰 도급공사 위주의 수주를 벗어나 PPP(민관협력사업) 등 투자개발형 수주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해외수주액 중 '개발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4.4%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도급형'으로 95% 이상을 차지한다. 개발형 비중은 지난 10년간 10%대 안쪽을 벗어나지 못했다. 1~8% 내외를 오가다 2021년 10.1%를 기록한 뒤 다시 2022년 3.3%, 2023년 4.4%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와 관련, 김화랑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여전히 도급형 비중이 월등히 높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기업과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역량 결집이 필요한 시기"라면서 "기업은 교통 인프라 시설 등을 비롯해 PPP 사업 진출 노력이 더욱 요구되고, 정부는 금융지원 강화 및 인력양성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포함해 정부 간(G2G)수출계약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인프라 건설 분야에 대한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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