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모기지로 갈아탔을 뿐인데···연말정산 이자상환액이 '0원', 왜
정책모기지로 갈아탔을 뿐인데···연말정산 이자상환액이 '0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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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실수로 정보 누락···직접 서류 발급 '소비자 불편'
정부, 주담대 이자 공제요건 완화···"대출자가 꼼꼼히 봐야"
연말정산 간소화 시스템에서 A씨의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상환액이 0원으로 떠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연말정산 간소화 시스템에서 A씨의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상환액이 0원으로 떠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 서울에 대출을 끼고 자가를 보유한 직장인 A씨(30대)는 최근 국세청 홈택스에서 2023년 귀속 연말정산간소화 시스템을 이용하다가 장기주택저당차입금(주택담보대출) 이자상환액이 '0원'으로 떠 당황한 경험이 있다.

지난 2021년 6월 NH농협은행에서 최초 주담대를 받은 후 2022년 말 주택금융공사의 정책모기지 '안심전환대출'로 대환한 A씨. A씨의 경우 주담대 이자상환액에 대한 소득공제 요건을 충족했던 터라, 지난해 초 '2022년 귀속분'에 대한 연말정산 서비스를 이용했을 때는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상환액이 0원이 아니었다.

A씨는 은행 대출에서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정보가 누락된 것 같아 정책모기지 취급 기관인 주택금융공사(주금공) 고객센터에 문의했으나, 주금공에서 직접 가입한 게 아니라 은행을 통해 가입하거나 대환한 상품이라면 정책모기지라고 하더라도 해당 은행에서 연말정산 정보 등록을 직접 담당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즉, 정보 등록을 누락한 게 주금공이 아니라 농협은행이란 뜻이었다.

실제 이후 A씨가 농협은행에 문의한 결과, 대환을 담당했던 은행 영업점 직원의 실수로 A씨의 안심전환대출 이자상환액이 연말정산 정보 등록에서 누락됐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후 은행에서 부랴부랴 A씨의 이자상환 정보를 등록했으나, 등록된 정보가 홈택스에 실시간으로 반영되진 않았다.

A씨가 연말정산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기한까지 홈택스에 해당 정보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A씨는 직접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상환증명서'를 발급 받은 후 이를 회사에 제출해야 한다. 은행원의 실수로 A씨는 이자상환증명서 발급을 위해 회사에 휴가를 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상황에 처했다.

은행 주담대를 이용하다가 안심전환대출, 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로 대환할 때 은행에서 대출이자 상환액에 대한 연말정산 소득공제 신청 등록을 실수로 누락하는 사례가 종종 있어 소비자 불편이 발생하고 있다.

2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한 결과 앞선 A씨와 같은 사례가 농협은행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었다. 복수의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연말정산 정보는 은행원이 직접 작성해 등록하다 보니 간혹 고객 계좌번호의 숫자를 틀리거나 누락하는 등의 실수가 나오기도 한다"며 "고객이 은행에 알려주면 영업점 방문을 통해 이자상환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자의 이자상환액이 소득공제 요건에 충족하는지를 은행원이 일일이 확인한 후 직접 전산에 등록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그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국세청에 따르면 2023년 귀속분 연말정산에서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상환액에 대한 소득공제(300만~1800만원)를 받으려면 △근로소득이 있는 거주자로서 무주택 또는 1주택을 보유한 세대의 세대주 △근로소득이 있으면서 실제 거주하는 세대원(세대주가 주택 관련 공제를 신청하지 않은 경우) △주택 취득 당시 기준시가 5억원 이하(2014년~2018년 취득 시 4억원 이하·2006~2013년 취득 시 3억원 이하)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요건이 많고 복잡하다 보니 확인 과정에서 종종 실수가 발생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농협은행 측도 "은행에서 최초 대출을 받을 때는 은행원이 부동산 등기서류 등 각종 서류를 꼼꼼히 들여다 보기 때문에 연말정산 소득공제 요건 충족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주택모기지로 대환하는 과정에서는 상대적으로 이같은 확인 절차가 쉽지 않다 보니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은행원이 직접 수기로 등록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실수라고는 하나, 대출자가 직접 영업점을 방문해 서류를 발급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 등 불편을 야기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 인터넷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 블로그 등에서도 A씨와 비슷한 일로 불편함을 겪었다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더 문제는 소득공제 대상인 대출자 본인이 연말정산 과정에서 정보가 누락됐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다. 정보 누락 사실을 은행이 먼저 알기 어렵기 때문에 대출자가 유심히 체크하지 않는다면 이자상환액에 대한 공제를 못받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문제를 해소할 뚜렷한 방법도 없다. 국세청 홈택스에서도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상환증명서를 간소화 서비스에서 조회할 수 있으나 조회되지 않은 경우 금융회사 등에서 발급 가능하다"고만 안내하고 있었다. 은행권도 시스템상 결국 대출자 본인이 연말정산을 꼼꼼하게 들여다 보고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지난 23일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상환액 소득공제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2023년 개정세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소득공제 요건은 올해 1월 1일부터 △주택 취득 당시 기준시가 6억원 이하(올해 취득분부터 적용) △공제한도 연 600만~2000만원 상향 등으로 완화된다. 소득공제 요건이 완화된 만큼 이에 해당되는 대출자들은 내년 초 연말정산 때 이자상환액에 대한 공제 정보가 누락되지 않았는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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